해대기관-해군(rotc2년)-승선(3년)-공무원(10년) 이렇게 근무해보고 몇가지 소회를 남겨봅니다


1. 진학시 전공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 저는 이과출신이었지만 문과쪽 재능이 더 월등했던 ㅋㅋ 기형적인 기관부였슴다. 당시 물수능이긴 했지만 언어 1개틀리고 외국어 다맞고 수리가 60점대 나왔던...

  그래서 해대 항해는 죽어도 합격못하고, 목대는 2인자 느낌나서 걍 하향지원으로 기관으로 들어갔는데 사실 지나고 보니 학교의 차이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던거 같아요

  차라리 목대 항해를 지원해서 항해로 진학을 했었다면, 승선 경력이 조금 더 길어졌을거 같습니다.


- 실제로 학교생활을 하면서도 전공공부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고, 졸업 후 업무적성도 몸으로 떼우는것 보다는 관련 법규, 문서작성 같은게 좀더 흥미를 느꼈었고,

  그 결과 현재도 문서작성 등 페이퍼워크 위주의 업무를 하고 있는거 같습니다.


- 이건 생각보다 더 중요한 부분인게, 사실 전 유능한 엔지니어는 안되었던거 같아요. 걍 루틴한 정비까지만 내 역량의 한계였고

  기관부의 가장 중요한 소양인, 트러블슈팅에 대해서는 재능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발전기/청정기까지 담당하고 내 할일만 잘하면 되었던 2기사가 생각보다 잘맞았었네요 ㅋ

- 제가 배를 내리게 된 이유도 회사에서 '다음배는 1기사로 타십니다~' 했을때(물론 회사도 그때 청산하며 사라지긴 했지만...ㅠ) 내가 기관부의 전반적인걸 통솔하고 2~3기사들이 잡아내질 못하는걸 관리할 자신이 없기도 하고 종합적으로는 배를 내리는걸 생각했었거든요

- 생각보다 많은 기관출신 동문들이 육상에서 거지같아도 배로 리턴을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 탑재기기들의 성능이 계속 변하고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서 그 정비역량을 따라가지 못해서(특히 저처럼 공무원을 하면서 업계를 떠나있었다면)가 큰 이유인거 같아요. 새로운 기술에 대한 학습이 술기적인 부분들이 많아서 좀 어려움이 많음. 엄두가 안난달까요


2. 가장 안정적이고 마음편한 루트는 승선-해운회사 육상직이다.


- 사실 제가 입사할때만 해도(박근혜정권...) 공무원 붐이 일어났었고, 온갖 사람들이 공무원에 매달릴 때였습니다.


- 목대는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예 교수들이 공무원을 추천하면서 내부적인 커뮤니티도 형성이 되어 있었구요. 입직을 하면서도 항상 의아해 했었죠. 왜 우리선배들은 이런걸 알려주지 않고, 교수들도 그냥 배만 오래 타라고 할까? 우리 학교는 과거에 갖혀있다 등등.. 근데 이게 너무 좋은데 잘 몰라서 안알려준게 아닙니다. 그냥 생각보다 별로이기 때문에 안알려줬던겁니다 ㅎㅎ


- 생각보다 많은 분야에서 동문들이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국정원/경호처/소방간부/소방정/해수부/해경간부/공공기관 등등...근데 다시 물어보면 하나같이 (기관한정으로) 배는 다시탈 생각은 없지만, 이런식으로 시험을 쳐서 입직하는게 그닥 가성비가 떨어진다입니다.(실제로 항해출신 동기들은 한 3~40퍼는 배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기관은 단한명도 돌아가지 않음 ㅠㅠ)


- 일단 시험을 치면서 준비들을 1~2년 정도 하면서 돈을 상당히 많이 쓰고, 입직을 하더라도 생각보다 적은 박봉에(제 공무원 1년차때 세전연봉을 보면 3200만원이네요 ㅎㅎ, 공무원 연금을 많이 떼가는걸 감안하면 한달에 180~190정도 받은거 같습니다. 이게 군복무+승선경력이 호봉에 상정되서 8호봉 받았는데도 이정도...)놀랐었습니다. 자연스레 돈이 모이지 않더라구요. 시험공부를 한답시고 개인시간/돈/심력 등을 소진하며 사서 고생을 하지만


- 반면 배를 쭉 타다가 1기사 언저리에서 해운회사 육상직으로 리턴한 친구들은 기본 승선경력4~5년+육상직(노무/인사/공무 등) 테크트리를 탄 친구들은 (승선으로 고생을 했지만) 별도의 공부없이 그냥 근무를 하면서 생활을 했을 뿐인데, (재테크 제외) 단순 급여차로만 축적한 소득차가 제법 나더라구요. 해운회사 육상직의 세후 급여가 공무원과 200정도 차이나는걸 듣고는 꽤나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


- 그래서 가끔가다 후배들이 문의를 하면 뭔가 정말 뜻이 있다면 공무원을 할수 있지만(해운업계 쪽으로는 쳐다보기도 싫다, 배타기 싫다, 그런 문화가 싫다 등등) 어지간하면 배를 꾸준히 타면서 시드를 모으고, 자연스럽게 해운회사 육상직으로 넘어가는게 해대생이 가장 맘편하게(?)(편하다는게 아닙니다) 육상에 안착하는 방법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3. 진로를 정할때는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배에서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된다


- 위의 테크트리라면 그냥 열심히 선박생활에 집중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만약 다른 곳에 뜻이 있다면 그 준비는 군대 또는 배에서 하시기 바랍니다.


- 특히나 공무원은 연공서열이 무엇보다 우선되고, 입직 순서가 깡패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입직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서러운 일들이 많이 발생하더라구요.

  (막말로 졸업하고 바로 공뭔시험쳐서 입직한 여학생이, 배 1항기사 까지 타고 실무경력 많지만 늦게들어온 직원보다 진급훨씬 더 빨리합니다. 격차를 메우기 쉽지 않아요)


- 저는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허비한...방황한 입장인데요. 이게 다분히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생각을 했던거 같습니다. 전역할때되면 뭐 할거없음 배나타지, 알티출신들은 모셔서 데려간다던데, 배내리면 뭐라도 하겠지...이런 안이한 생각들을 많이 했던거 같아요


- 요새는 그래도 정보도 많이 얻고, 학생들이 영리해서 이런 안이한 생각을 안하고 나름의 목표를 갖고 준비하는거 같은데, 고무적인 거 같습니다. 다만 목적성을 갖고 근무/공부를 하시는걸 추천드립니다. 이런말씀 드리긴 뭐하지만 해양수산직 공무원들은 생각보다 그 문턱이 매우 낮습니다. 해수부 7급(psc)도 충분히 배에서 준비할수 있구요, 간부를 제외하고서는 순경/소방사/9급공무원 같은건 군대에서 전역전에, 또는 상선에서 공부를 마칠 수 있다고 봅니다. 내려서 준비하지 마세요 눈치가 보여도 배에서 (본인들 업무는 잘 챙기시고)충분히 할수 있습니다.


- 저 또한 목적성 없이 근무/공부하면서 많이 돌아왔는데, 만약 전역을 하면서 공부를 마치고 시험쳐서 바로 들어왔다면...직급이 한개정도는 더 올라가 있었을거 같네요. 이거 생각보다 서럽습니다 ㅎㅎ


암튼 주저리주저리 말이 길어졌습니다만 3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써보니 다 뻔한 소리네요)


1. 전공 선택은 진로와 적성에 결정적이며, 기관 전공은 기술 변화에 따른 한계로 육상 복귀가 특히 어렵다.

2. 해대생에게 가장 안정적이고 가성비 좋은 루트는 승선 → 해운회사 육상직이며, 시험 통해 공무원 진입은 비용 대비 보상이 낮다.

3. 진로는 빨리 정해 선택과 집중해야 하며, 다른 길을 택한다면 군대나 배에서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시간과 돈이 크게 손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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