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넷 대학생임. 집은 맞벌이고 자식은 아들인 나 하나다.





집이 존나 더럽다. 그냥 더러운 수준이 아니고 내가 남들 집에 오겠다고 하면 어지간한 궤변 늘어놔서 막는데, 너무 친한 애들은 어쩔수 없이 한번씩 들인다. 그때마다 놀란다. 집구석이 왜저러냐고...


가끔 어디서 물건을 사 오는데 주로 식료품과 홈쇼핑이다.


식료품은 코로나인 관계로 내가 밥을 집에서 자주 해서 먹으니 어지간해서는 유통기한 지나기 전에 악착같이 넘긴다. 덕분에 요리 실력도 많이 늘었다.


문제는...



홈쇼핑 중독이다. TV 유선을 끊어버리고 싶다.


엄마가 퇴근하고 나면 티비를 키신다. 그건 그럴수있고 자연스러울 수 있는데 며칠에 한번은 꼭 홈쇼핑을 보신다.  쇼호스트의 혀놀림에 온갖걸 다 시킨다. 본인 옷이 제일 많고 그 다음이 내 옷, 그 다음은 저장 잘 되는 식료품


내 옷은 그만 사라고 내가 몇번을 말해서 그만 사지만, 본인 옷이나 식료품은 온전히 본인의 영역이라고 여기기에 건들면 바로 쿠사리로 돌아온다. 입지도 않을 옷 택배가 일주일에 서너번은 집 앞에 있다. 갯수로는 일주일에 10박스는 가뿐히 넘는다. 한 15박스 정도가 평균임



사실 여기서 끝나면 다행인데 더 문제는 이렇게 쌓인 옷과 물건들을 버리질 않는다.


우리집 식탁이 6인용이다. 어지간한 집에서 쓰는 식탁의 2.3배는 되는데 그 절반이상이 안 먹는 식료품과 약들로 가득 쌓여있다. 덕분에 사용 공간은 식구 세 명이 겨우 쓴다.


티 테이블은 이미 제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고, 족발같은거 한번 먹으려면 쇼파 앞에 있는 낮은 상을 싹 치워야 한다. 이 치우는 과정만 5분은 걸린다.


상이 이 모양인데 바닥이 정상일 리 없다. 주로 티비를 보며 견과류나 스낵을 주로 드시는데 이거 부스러기나 껍질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게 먹는 개념이 없다. 그냥 바닥에 떨어진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거실 생활을 반쯤 포기하고 집에 있을 땐 방에서 부엌만 왔다갔다 하기 땜에 며칠에 한번 이 광경을 본다. 볼 순 없으니 청소기 돌려서 그거라도 빨아들인다.


안방과 내 방 포함 방이 4개인데 그 중 2개가 모든 잡동사니로 꽉 차서 아얘 들어갈 수가 없다. 집이라도 넓어서 최소한의 생활 반경은 확보할 수 있었다. 집 조차 좁았으면 이 집은 개박살 났다. 대부분은 옷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양친 전부 돈 벌어 오는 사람이니 가사 정도는 내가 어떻게 해결해 볼 수 있다.


근데 그걸 치우는 순간부터 공격이다. 본인 물건을 놔둔 곳이 있는데 왜 그걸 건드려서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냐는 것이다. 심지어 심할 땐 내가 내 껄 갖다 버린 날도 하루종일 싸웠다. 이건 어디에 쓸 수 있고 이건 입을 수 있는데 왜 버리냐... 물건이 아깝지 않냐...




연애 할때도 집에 여자를 데려와본 적이 별로 없다. 진짜 몇번 데려왔었는데 그때는 두시간반동안 사람사는 집 처럼 보이게 하려고 청소하다가 여친한테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전화도 안 받고 도대체 뭘 하고 있는거냐고. 나랑 약속이 장난같냐고... 할 말이 없었다. 집이 개난장판이라 사람 맞을 준비 하는데 두시간 반이나 걸렸다고 하는 말을 어떻게 타인에게 쉽게 할 수 있을까?





몇 번은 어머니가 아버지한테 설득을 당해 대청소를 해본 적이 있었다. 100리터짜리 대형 종량제 봉투가 가득 찼다. 그걸 두번을 돌렸는데 아직 남은게 두 방을 꽉 채우고 있는거다.


우리 집에 있는 옷을 무료나눔하면 아프리카 마을 하나에 있는 모든 가정이 옷을 한 벌씩은 가질 수 있었을거다.




정작 나는 대학교 신입생 때 만우절날 교복 입고 보자고 한 행사에 교복을 입을 수 없었다. 엄마가 마음대로 내 교복을 잘 못 사는 사촌동생에게 물려줬기 때문이다.


그 집 사정을 알기에 이걸 가지고 타박할 생각은 없다. 교복 그까짓거 남 줘도 되는거고.


근데 좀 기분이 안 좋은건, 본인의 옷은 한 벌만 손대도 욕 하는 분이 내 교복은 본인 생각에 쓸모가 없을테니 남에게 넙죽 줬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작 10년넘게 마지막 몇 장 쓰지않던 공책은 넘겨다보며 장수가 남았다고 뭐라고 했다.


즉 필요 유무의 판단은 주인이 아니라 본인이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굉장히 쓸모없는 물건에 관대하다.



어떻게 해야 하지?



가끔 현타가 온다 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