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는 건화를 보자마자 문을 닫을려했어. 그러나 건화의 한 마디에 차마 문을 닫지 못했지.


-애는 안찾아?


그 말을 듣자마자 카이는 머리 한 쪽이 싸해지는 기분이였지. 닫으려던 문을 다시 열고 카이는 건화에게 물어.


-네 짓이야?
-\'짓\'이라니. 애아빠가 애를 데려가겠다는데.
-지랄마. 청명이는 내 애야. 너랑 아무 상관없어.
-우리 애기 이름이 청명이야? 예쁘네.
-말돌리지말고, 청명이 어딨어?
-저 계속 여기 세워두고 얘기할 거에요? 선생님?


가증스럽게 선생님이라는 말을 뱉는 건화의 뺨이 확 돌아갔어. 카이의 커다란 손바닥은 마찰로 인해 빨개졌지. 카이는 씩씩거렸고, 건화는 피식 웃었어. 아, 아파라.


-네가, 어떻게…어떻게 나를…


이빨이 갈리는 소리가 아파트 복도에 울려퍼졌어. 카이는 지금 당장에라도 건화를 난도질하고 싶은 심정이였지. 뻔뻔하게 억지로 자길 품고는, 자길 찾아와서는 뭐? 애를 데려가? 선생님? 분노로 카이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어. 건화는 그런 카이한테 아무런 짓도 안하고 계속 볼 뿐이였지. 속을 알기 쉬운 사람보다 속을 알기 어려운 사람이 더 가늠하기 힘들듯이, 카이도 지금 대체 건화가 무슨 심정인지 몰랐어. 아니, 하나는 알 거 같아. 건화는 자길 데려가고 싶은거야. 그래서 청명이를 끌어들인거고.


-청명이…당장 데려와.
-안돼.
-곽건화!!
-안돼. 당신이 나랑 같이 갈려면 그 애가 필요해.
-청명이가 왜? 그리고 내가 왜? 너랑 왜 같이 가?! 왜?! 내가 왜!!


악을 쓰듯이 소리지르는 카이한테 건화는 당연한듯이 당신이 내 오메가니까라고 말했지. 그 말에 건화의 뺨은 다시 돌아가. 그 때 이새끼를 죽일껄 그랬나봐. 왜 멍청하게 그냥 자기가 도망가버렸을까. 도망치더라도 저 놈을 그냥 두지말껄. 지금에 와서 엄청 후회돼. 카이는 숨을 한 번 고르고 건화한테 말해.

-너.
-응.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
-내가 그 날 얼마나 아팠는지, 천직이라 생각했던 교직에서 도망치듯이 사직서를 냈을때, 애기 가졌을 때 빌어먹을 오메가라 알파의 페로몬이 있어야한다는 소릴 들었을 때, 입덧심해서 한달내리 탄산수만 마시고 버티다가 영양실조로 쓰러졌을 때, 알파 페로몬이 부족해서 애를 낳다가 죽기직전까지 갔을 때,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넌 모르지?
-왕카이.
-근데 이제와서 애를 가지고 나한테 같이 가자고? 너 미쳤어? 생각없어? 아니 너 뇌주름 휘발성이야? 내가 그런다고 너한테 갈 거 같아?
-선생님,
-닥쳐!! 니가 누구한테 선생님이라 그래!! 네가 날 그렇게 몰아붙이고는 어떻게 그 낯짝으로 찾아와!!


소리치는 카이의 눈에선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지. 건화는 안쓰러워 손을 들어 카이의 눈물을 훔쳐주려다 멈췄지. 저를 보는 카이의 눈에선 분노밖에 없었거든.


-두번 안말해. 나 너랑 안가. 그리고 청명이 당장 데려와.
-왕카이 나는…
-청명이 데려와. 애 8시엔 자야돼. 8시 전에 데려와. 걔 자기 침대 아니면 못자는 애야.


그 말을 끝으로 카이는 집안으로 들어갈려했어. 건화의 그 말이 있기 전까지는.


-난 선생님을 사랑해서 그랬어요.


그 말에 카이가 뒤를 돌아보자, 건화가 울망한 얼굴로 자길 보고있었지. 왜일까. 그 얼굴이, 자기한테 고백하고 차인 그 때 그 어린 학생의 모습을 하고있을까. 건화는 물기어린 목소리로 말해.


-난 선생님을 정말로 사랑하는데, 선생님은 날 그저 어린애로 봤잖아요. 선생님은 빛나서, 주변에 사람이 끊기질 않는데, 내가 졸업하기 전까지 선생님한테 연인이 없을거란 보장이 없어서, 불안해서, 그래서 선생님을…
-그거 아니 건화야.


카이는 건화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말을 이어가.


-그런다고 네가 로맨티스트가 되지않아.


넌 그냥 개새끼야. 카이는 그 말을 끝으로 집으로 들어갔어.





카이가 말한대로 청명이는 8시 전에 집으로 돌아왔어. 아빠! 말간 웃음을 지으며 쪼르르 집으로 들어오는 청명이는 어딜 다친 것같지 않아. 옷에 솜사탕까지 묻어있는 걸 보니 어디서 놀다들어온 것같았지. 카이는 청명이를 안아들며, 오늘 아빠가 얼마나 걱정한 줄 아냐고, 왜 연락없었냐고 짐짓 엄한 목소리로 아이를 다그치는데 청명이는 카이의 목소릴 듣고도 말간 미소를 얼굴에 그렸지.


-아빠, 나 오늘 어떤 아저씨랑 놀이동산 갔다왔다.
-어떤 아저씨?
-음…좀 무섭게 생겼는데, 나한테는 엄청 웃어주고 막 맛있는 것도 사주고…또, 나 무등도 태워주고! 진짜진짜 좋은 아저씨였어! 아저씨가 오늘 아빠가 유치원 안가도 된다고해서 놀이동산 간 건데, 아빠는 왜 혼내?
-그건…중간에 우리 청명이가 잘놀고있는지 아빠한테 전화 한 통도 안해주니까 섭섭해서 그랬지.
-잘못했어요. 다음엔 놀이기구 하나하나 탈 때마다 아빠한테 전화할게, 응?


제 무릎 위에 앉아 어리광을 피우는 어린 자식의 등을 쓰다듬어주며 볼에 뽀뽀를 해줬어. 우리 청명이 이제 잘 시간이지? 카이의 말에 청명이는 무릎에서 내려와 화장실로 쪼르르 달려가. 제대로 양치해야돼! 카이는 욕실에 들어간 청명이한테 그리 말하고 냉장고로 가 내일 청명이 아침거리를 살펴봐. 띠링. 문자음에 핸드폰을 들여다보니, 제 번호는 또 어떻게 알았는지 건화한테서 문자가 왔어.


[청명이 당신 많이 닮았다.]


문자와 함께 온 사진에는 신났는지 함박웃음을 짓는 청명이, 볼에 소스를 잔뜩 묻히고 파스타를 먹는 청명이가 있었지. 카이는 사진만 다운받고 건화의 문자를 삭제하고, 그 번호를 차단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