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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가 쌓여 세 박스를 채울무렵, 후순이한테 오는 우편물은 더이상 오지않게 되었어. 이 자료들을 보니 후순이는 오만 정이 다 떨어졌어. 더이상 곽이사를 사랑하지도 않고, 곽이사를 사랑했던 그 순간마저도 다 싫었어. 그런데 지금 곽이사가 원하는 대로 이혼을 하면 좋은 건 곽이사랑 그 여자야. 후순이는 절대로 둘이 행복한 모습을 보기 싫었어. 곽이사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을거야. 후순이는 전부터 결심했던 일을 오늘 하기로 결정했어. 임신한 뒤로는 갈 일이 없었던 미용실을 예약하고 화장을 하기 시작했어. 예전의 후순이와 달리 진한 화장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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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이사는 예전부터 여자가 좋았어. 그냥 모든 여자들이 다 좋았지. 이 여자는 이 매력이 있고 저 여자는 저 매력이 있는 법인데 왜 한 번에 다 만나면 안돼는지 모르겠어. 그래서 곽이사는 자기가 하고싶은 대로 한 번에 여러명을 만났어. 상대가 그걸 알아도 상관없었어. 자기는 잘생겼고, 돈도 많았거든. 알아서 여자가 붙는데 다 받아주면 어때서? 이런 식으로 나오니 뺨맞는 일이 다수였지. 나쁜 놈!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곽이사의 뺨을 때리고 울며 달려가는 여자들은 수두룩했지. 내가 뭐 못할 일 한 것도 아니고. 그러다 부모님께 여러번 깨지기도 하고 전에는 먼 선조어르신이 곽이사를 두들겨패기도 했지. 그래도 어째. 곽이사의 바람기는 잦아들 생각을 하지 않았어.


서른 넘도록 그러니 부모님은 곽이사를 붙잡고 빌기까지 했어. 제발 결혼하라는 소리는 안할테니, 바람피는 것만 멈춰달라고. 곽이사는 듣지도 않았어. 오늘도 곽이사 본가를 찾아온 여자들이 있었어. 모두 하나같이 곽이사의 아이를 가졌다는 여자들이였지. 그러나 곽이사는 눈 깜짝도 안하고 제 아이가 아니라고 했어. 울며 곽이사한테 이 아이 낳고싶다고 비는 여자들한테 곽이사는 냉정히 지우라했지. 곽회장은 열받아 아들의 뺨을 내리쳤어. 곽이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본가를 나서 자기 집으로 갔어.


곽이사는 자기가 이럴 줄 몰랐어. 결제서류를 전하러 온 여사원한테 첫눈에 반할 줄이야. 전과는 달랐지. 심장은 쿵쾅쿵쾅 뛰고, 눈 앞의 여사원 뒤에선 후광이 비춰보이는 것같았어. 곽이사는 홀린듯이 여사원한테 같이 밥먹겠냐며 데이트 신청을 했어. 여사원은 그러겠다고 했지.
곽이사는 구름 위를 걷는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 것같았어. 지금 눈 앞의 여사원이 너무 사랑스러워 보였어. 자기가 이럴 수도있나 싶을 정도였지. 후순이요. 수줍게 자기 이름을 말해주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꽉 끌어안을 뻔했지. 곽이사는 후순이한테 반해 어쩔줄 몰랐어. 이때까지 자기가 한 건 사랑이 아니였어. 그냥 엔조이였지. 사랑이라는 건 이런 거구나. 곽이사는 그 날부로 후순이한테 들이댔어. 후순이는 연애가 처음인지 들이대면 어쩔줄 몰라했어. 그런 모습도 좋았어. 후순이 생일에 맞춰 제 마음을 전했어. 점심때 즘에 이사실 앞에서 안절부절하며 기다리는 후순이를 봤을 땐 떨렸어. 차일까봐. 그러나 후순이 입에서 나온 말은 저와 사귀어도 좋다는 말이였어. 그 말에 곽이사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였지. 후순이와 있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평생 이러고 있고싶었지.


어느날 곽이사는 후순이 자취방에서 낯익은 막대기를 발견했어. 설마. 곽이사는 두근거리는 마음에 막대기를 집어들었어. 거기에 보이는 건 선명한 두줄이였어. 마침 들어온 후순이는 놀란 모습이였어. 어쩔줄 몰라하는데 곽이사는 기쁘기만 했지. 내 아이. 곽이사는 후순이를 꽉 안아줬어. 고마워, 정말 고마워. 후순이 귓가에 계속 속삭여줬어.


후순이도 임신했으니 이제 후순이와 결혼하는 것 밖에 없다 생각한 곽이사는 후순이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했어. 부모님은 곽이사를 지지해줬어. 그러나 장모님이 문제였지. 장모님은 곽이사를 탐탁치 않아했어. 곽이사를 내쫓았지. 곽이사는 그래도 후순이를 포기할 수 없었어. 그건 후순이도 마찬가지였고. 자식이기는 부모는 없다는 말이 사실이였나봐. 장모님은 결국엔 둘의 결혼을 허락했어. 곽이사와 후순이는 뛸 듯이 기뻐했지. 이제 둘은 평생 서로만 사랑할 것같았어. 같았지.
곽이사가 상운을 만난 건 회사 새 프로젝트 발표때였어. 상운은 세련된 단발에 화려한 원피스를 입고 있었어. 곽이사는 상운에게 구미가 당겼어. 집에 있는 후순이는 새까맣게 잊은 상태였지. 후순이 모르게 만나면 되는 거 아니야? 곽이사는 상운에게 작업을 걸기 시작했어. 상운도 그리 싫다는 눈치는 아닌듯했어. 둘은 결국엔 넘어선 안될 선을 넘었지. 후순이는 모를거야. 태교하느라 바깥에도 잘 안나오니까. 곽이사는 임신한 후순이를 두고 상운과 바람을 폈지. 후순이가 애 낳을 때까지만. 곽이사는 그렇게 생각했지. 그러나 상운은 꽤 매력있는 여자였어. 놓치기 싫었지. 곽이사는 점점 후순이한테 소홀해지기 시작했어. 이제 곽이사 눈에는 상운밖에 보이지 않았지.


오늘은 상운과 어디로 데이트할까 고민하던 찰나였어. 제 비서가 갑자기 이사실 문을 열고 들어왔어. 뭐야?

-이사님 큰 일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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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순이는 전에 제가 인턴으로 일했던, 곽이사와 만났던 그 회사로 다시 찾아왔어. 오늘 그 여자를 제대로 엿먹일 작정이였거든. 후순이는 새로 컬링한 머리를 한 껏 풀어해치고, 까만 라이딩 자켓에 가죽 레깅스를 입고 신발은 보는 사람이 아찔할 정도의 하이힐을 신었어. 대리석 바닥에 힐이 부딪치는 소리가 꽤나 경쾌했어. 후순이는 제 취향의 카페모카를 들고 엘리베이터에 탔지. 13층을 눌렀어. 거기에 그 여자가 있었거든. 후순이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그 여자의 부서로 갔지. 갑자기 찾아온 손님에 부서는 술렁였지. 누구지? 누굴찾냐는 부장의 말에 후순이는 싱긋 웃어주며 그 여자의 이름을 말했지. 마상운씨요. 그러자 상운이 저 멀리서 또각또각 걸어왔어. 상운은 후순이를 보자 잠깐 표정이 굳더니 이내 제 오래된 친구를 만난것마냥 환한 표정으로 달려왔지.


-어머, 후순아!


목소리는 저를 반기는데 후순이는 그게 가증스러웠어. 회사에선 아는 눈이 많아 일단 후순이를 아는 척하곤 어디론가 데려가서 전에 카페처럼 후순이를 쏘아붙이겠지. 예전의 후순이라면 당했을 거야. 그러나 후순이는 이제 달라지기로 했거든. 후순이는 손에 들고있던 카페모카의 돔을 열고 그대로 달려오는 상운에게 뿌렸어. 상운에겐 안된 일이였어. 후순이 취향이 시나몬이랑 휘핑 잔뜩 얹은 카페모카라는 게. 상운은 아무런 비명도 지르지 못했어.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였거든. 제 얼굴에 뿌려진 커피에 눈도 제대로 뜨지못했지. 부서의 모든 사람들이 놀라 후순이를 쳐다봤지.


-남의 남편이랑 바람피니 재밌나봐?


후순이의 말에 부서내 사람들 모두가 술렁였어. 상운씨가 불륜이라고? 세상에. 상운은 술렁이는 여론을 듣고 최대한 불쌍한 척을 하기 시작했지.


-후순아…난, 난 오랜만에 널 봐서 기쁜데 갑자기 왜…
[솔직히 사모님 오빠 취향 전혀 아닌거 알아요? 촌스럽다해도 어리면 커버가 될 줄 알았나본데 스물 셋이라면서요. 그럼 이제 좀 세련되게 살아야지. 그렇게 촌티나니까 오빠가 바람나는거 아니에요.]


후순이가 튼 영상에 상운은 빳빳하게 굳었어. 그건 명백하게 자기 목소리였거든. 후순이를 모욕줬던 그 날. 후순이가 서럽게 울었던 그 날. 상운은 아무 말도 못하고 씩씩거렸지. 상운의 눈가는 분노로 빨개졌어. 영상에서 상운의 목소리가 끝나자 후순이는 상운에게 쏘아붙였어.


-마상운씨.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나봐? 먼저 아는 척해서 아는 사람들 없는 곳으로 가서 나한테 욕할려는 거 모를 줄 알아요? 내가 그렇게 머리가 안돌아가는 사람으로 보였어요?
-이봐요, 사모님!
-네네, 저 사모님이에요. 그렇게 소리 안질러도 알아요. 남의 남편이랑 바람피는 주제에 뭐가 그리 당당한지 몰라. 바람피면 당신처럼 뻔뻔해지나? 아니면 원래 뻔뻔한 거에요?
-야!!
-소리 좀 지르지마요. 진짜 없어보이잖아. 안그래도 회사에 불륜녀라고 까발려졌는데. 이제 당신 어쩌죠? 평소 이미지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망했는데.


후순이는 깔깔거리곤 홱 돌아나서려했지. 아! 후순이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다시 상운을 돌아봤어. 그리곤 클러치백에 들은 휴지를 꺼내 상운에게 던졌지. 던진 휴지는 상운의 뺨에 맞았어.


-회사원이라 일해야할텐데 일단 그걸로라도 닦아요. 다 닦일진 모르겠지만.


그럼 잘있어요. 후순이는 그대로 상운을 뒤로하고 상운의 부서를 나갔지. 부서의 모든 사람은 상운을 보고 수근거렸지. 아아악! 상운은 그 자리에서 비명을 질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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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순이가 엘레베이터를 탈려던 찰나 누가 후순이를 잡았어. 저, 사모님. 얼굴을 보니 아는 사람이야. 곽이사의 비서였지. 어머 안녕하세요. 후순이는 밝게 인사했지.


-저…이사님이…
-어머, 오빠 오늘은 여기 있나요? 연락을 너~무 안받길래 상운씨랑 같이 있는 줄 알았는데.
-그…이사님이 사모님을 모셔오라해서…
-나한테 볼 일 있거든 집으로 오라하세요. 명색이 부분데 집에 와서 얘기하면 될 것을 왜 사람 귀찮게 구는 지 모르겠네요.


타이밍에 맞게 엘레베이터가 후순이 앞에 섰지. 그럼 이만. 후순이는 비서에게 인사를 하곤 엘레베이터에 탔어. 사모님! 사모님! 후순이는 얄짤없이 닫힘버튼을 눌렀어. 엘레베이터 문이 닫히고 후순이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어. 손이 달달 떨렸지. 마음은 독해지기로 했는데, 생각만큼 그게 잘 안돼. 처음으로 누군가를 비꼬고, 공격한 후순이라 심장이 쿵쾅거렸어. 괜찮아…괜찮아 후순아. 이제 더 독해져야돼. 후순이는 계속 중얼거리듯 다짐하면서 제 떨리는 손을 꽉쥐었어. 1층입니다. 엘레베이터의 안내음과 동시에 문이 열리자 후순이는 도망치듯 빠져나왔어. 빠른 걸음으로 회사를 나갔지. 마침 회사 정문 앞에 선 택시를 보곤 얼른 잡았지. 아저씨, 빨리 출발해주세요. 후순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어. 택시에 탄 내내 후순이의 떨림은 멎질 않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