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세유씨 정말 대단한데요? 그 나이에 벌써 3개 국어를 할 줄 아시다니\"
\"에헤헤 이 정도로 뭘요 별것도 아닌데 헤헤..\"
tv를 보는데 사회자가 신동 소녀와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봤던거다. 나는 리모컨을 틀어 체널을 옮겼다.
\"오늘의 식도락 여행기 오늘은 경상북도 경산시의 유명한 음식점인....\"
삑
\"오늘의 뉴스, 한 10대 소년이 지나가는 40대 이모씨를 무차별적으로 찔러..\"
삑
\"100분 토론 오늘은 안보, 이대로 안전한가? 라는 주제로 서울대의..\"
삑삑삑삑삑삑
제기랄 하나같이 다 봤던거다.
전부 다 어디서 본것 같단 말이다.
제기랄 방송 컨셉트가 우연히 비슷해서..라는 이유 정도로 설명될 수 있는게 아니다.
아주 세부적인 내용만 다르지 커다란 바탕은 항상 비슷비슷하다.
예를 들어 어제 3개 국어를 할 수 있는 신동이 나왔더라면 다음에는 5개 국어를 할 수 있는 신동이 나온다.
제기랄... 짜증나... 나는 리모콘을 들어 tv를 껏다.
\"에- 나 tv 보고 있었는데, 뭐야 아까부터 체널도 마음대로 바꾸고 말이야 그러다가 끄기까지 해?\"
은하는 나를 보며 볼을 부풀리며 나에게 짜증냈다.
나는 그런 은하의 볼에 입을 맞춘다음 미안하다고 말한 뒤 리모콘을 은하의 손에 들려주었다.
후... 요즘따라 이상한 일이 자주 일어난다.
예를 들면 저번 주에 은하랑 같이 공원에서 산책한 일이 있다.
나는 은하의 무릎에 누워서 공원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그 중에 한 사람이 내 눈에 들어왔다.
이름은 채한성 나랑 같은 고아원 동기였다.
고아원에서 같이 있을때는 그렇게 친하지는 않았는데,
지금 보니까 조금은 반갑기도 하고 그래서 채한성에게 다가가서 아는 척을 해보았다.
\"여 채한성 잘 지냈냐?\"
나는 한성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한성은 나를 보지도 않고 묵묵히 자기 길을 가고 있었다.
그런 한성의 반응에 기분이 나빠진 나는 한성의 팔을 붙잡아 멈추게 했다.
\"야 사람 무시하냐! 어?\"
한성은 그제서야 나를 바라보았는데 갑자기 나에게 왜 그러지? 그런 표정을 지었다.
\"저기 무슨 말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는데, 저는 일단 채한성이라는 사람이 아니에요\"
채한성은 그렇게 지갑을 뒤적거리며 민증을 꺼내손가락으로 주민 번호를 가린다음 이름만 나에게 보여주었다.
박현수, 그게 그의 이름이였다.
하? 분명히 채한성같았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내가 사람을 잘못 본건가?
하긴 내가 고아원을 나온지 벌써 5년이 지나가고 난 고아원 졸업 후 은하를 제외한 다른 모두와 연락을 끊었으니까.
다른 사람하고 착각한건가?
나는 그 박현
수라는 남자에게 죄송하다고 사과를 한 다음 다시 은하가 앉아있는 벤치쪽으로 갔다.
\"야 누구야? 아는 사람?\"
\"아니 모르는 사람인데. 그, 내가 채한성하고 착각했다. 얼굴이 좀 비슷하게 생겨서\"
\"좀 잘 좀 확인하고 아는 척 하지\"
\"아니 정말 똑같이 생겼다니까\"
아아 또 이런 일도 있었지
은하랑 도서관에 놀러 간적이 있었다.
은하는 엄청 두꺼운 가죽 양장본을 읽고 있었는데 책 제목은 금색 글씨로 영어?같은걸로 엄청 있어보이게 휘갈긴 그런 책을 읽고 있었다.
나는 평소에 책이랑은 별로 친하지 않아 그냥 도서관을 어슬렁 거리다.
주위 사람 시선도 있고 그래서 대충 눈에 띄는거 하나 집어서 은하의 옆에 앉았다.
하얀색 커버의 책이였는데 제목은 꿈,그 정의는 무엇인가? 라는 머리아파 보이는 책이였다.
책 저자는 홍정대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다.
음... 아! 그래 생각났다!
내가 깨어나기 전에 그러니까 은하가 죽은 후의 세계에서 이 사람의 책이 tv에 나온것 같다.
하하 꿈에서 본 책을 여기서 보다니 정말 느낌이 기묘하다.
그래서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서 중간 부분을 펼쳐봤는데 페이지가 하얗다.
뭐지? 혹시 몰라 계속 페이지를 넘겨보았다. 전부 다 하얗다.
....! 설마 그런건가?
그 왜 있지 않은가?
그 피카소 같은거 내가 보기에는 그냥 조잡한 낙서인데
은하같이 배운 여자가 보면 엄청 난 감동을 일으키는 명화같은게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은하에게 물어보았다.
\"야 이거 책 페이지 전부 아무 글자도 쓰여있지 않은데 이거 왜 이런거야?\"
은하는 책을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을 한번 훑어 보았다.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꼭 은행에 지폐 세는 기계가 돈을 훑든 은하는 책을 그렇게 훑어 보았다.
오오 역시 서울대생
그렇게 몇번을 훑어 본 은하는 책을 다시 나에게 주었다.
\"알겠다! 이 책의 비밀\"
오오 역시 서울대생 나같은 놈이랑은 수준이 틀리다.
은하는 나를 바라보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이 책 불량품이야!\"
너무 은하가 당당하게 대답해서 나는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뭐야 그게 너무 당당하잖아, 나와 은하는 그렇게 도서관에서 큰 소리로 웃고 말았고
잠시 후 우리는 사이좋게 사서에 의해 도서관에서 쫒겨나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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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세계, 이상하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누군가에게 만들어진 것 처럼 어색하다.
어쩌면 나는 몇 주전의 그 교통사고로 인해 의식을 잃어버렸고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꿈속의 세상이고 은하가 죽은 그 세상이 현실 세계일 수도 있다.
아니,일 수도 있다가 아니라 일것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의 경험이 이 세상이 가상의 세계라는 사실을 뒷받침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가상의 세계가 아니라 내 기억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세계지만
그 증거로 내가 처음에 바다를 보며 위화감을 느꼇던것은
내가 바다를 실제로 보지 않고 tv나 컴퓨터 모니터 즉 2차원으로 바다를 보았기 때문에
내 기억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바다는 2차원적인 바다를 3차원으로 바꾸느라 어쩔 수 없이 미묘한 왜곡이 생길 수 밖에 없는거다.
TV프로 같은 경우에는 내가 이때까지 본 프로는 한정적인데 자꾸 자꾸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하지만
소재는 한정되어 있고 그래서 예전에 나온 소재를 재탕하는 그런게 틀림없다.
또 채한성이 나를 모르는 것도 설명할 수가 있는데
내가 아는 사람은 한정적인데, 내가 앞으로 죽을때까지 만나게 될 사람은 내가 알고 있던 사람에 비하면 거의 무한에 가깝다.
그러니 내 기억은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얼굴을 이용해 새로운 사람을 만들어 내지만, 그것 역시 한계가 있는 법이고.
어쩔 수 없이 똑같은 사람을 돌려 쓸 수 밖에 없다.
또 도서관에서 책을 펼쳤는데 글자가 하나도 없는 이유는
내가 과거에 그 책의 제목만을 들었지 내용따위는 하나도 모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책은 텅텅 비게 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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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세운 가설을 더 단단하게 다지기 위해 한가지 실험을 했다.
이게 내 기억이 만든 세상이라면 과연 내가 모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나는 그렇게 렌트카를 빌려 내가 모르는 머나먼 지방쪽으로 여행을 떠났다.
점점 내가 이때까지 살아온 곳을 떠나니 나무나 산,그리고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더니
그냥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아스팔트 도로만 깔려 있었고 나는 그 위를 달리고 있었다.
덜컥덜컥
갑자기 자동차가 앞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기름은 남아있는데...
아마 이 세계는 내가 앞으로 더 가는걸 바라고 있지 않은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나는 이 거짓된 세상에서 계속 살아가야한다.
저기 저 허허벌판 너머로 무언가가 보인다.
그 무언가를 향해 나는 걸어갔고 그 무언가는 표지판이였는데 갈림길의 중간에 서 있었다.
왼쪽 갈림길에는 은하가 서있었고 오른쪽 갈림길에는 그냥 나무로 만든 문이 하나 있었다.
은하는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고.
문 쪽을 바라보니, 문은 살짝 열려서 현실 세계의 내가 누워있는 모습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아... 내가 만약 이 세계를 떠나가면 은하를 보지 못한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 살아가면 나는 돈이 다 떨어져 병원에서는 내 인공호흡 장치를 떼버려 난 죽을 지도 모른다.
A루트 앞으로 그냥 은하와 계속 살다 그냥 병원에서 안락사를 당한다
B루트 현실 세계에서 은하를 계속 그리워 하며 세상을 살아간다
둘 중에 하나 고르셈
닥 B지
A는 뭔가 허무할꺼같음
뭔가 무인세계 삘난다
무인세계 삘이라면 나는 aㄱㄱ
그래도 산사람은 살아야지 [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