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꼼짝도 못한 채 침대에 누워있고 귀신은 날 쳐다보고 있었다. 퀭한 검은 구멍과 헝클어진 머리카락.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아이 귀신. 한참을 쳐다보던 귀신은 뭐가 즐거운지 갑자기 까르르 웃더니 온 방안을 콩콩콩 뛰어다녔다. 귀신이 뛸 때 마다 긴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흩어졌다.
이렇게 꼼짝도 못하는건 줄 상상도 못했다. 손가락을 움직였다느니 발가락을 움직였다느니 하면서 가위를 풀었다는 사람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식은땀이 주륵 흘러내렸다. 귀신이 다가온다.
\"까르륵. 나랑 숨바꼭질하자. 2일 동안 하루라도 내가 널 못찾으면 다신 안올게. \"
그저 꿈이라고 하기엔 방 안 곳곳에 흩어져있는 내 것이 아닌 머리카락들이 맘에 걸렸다. 그 소름끼치는 웃음소리가 귓가에 또다시 맴돌았다.
나에겐 선택권이 없었다.
난 다음날 곧장 친구에게 이야기하고 하룻밤만 재워달라고 했다. 쪽팔리지만 무서워서 집에선 도저히 잘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날 밤. 어김없이 찾아온 몸을 가눌 수 없는 느낌에 눈을 번쩍 떴다. 내 얼굴 가까이 한기가 쏟아지며 덕지덕지 피묻은 얼굴이 코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퀭한 눈구멍으로 지옥이 보일 것만 같았다.
\"킥킥. 잘 좀 숨어봐.\"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로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직감적으로 어디에도 숨을 곳이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저 귀신은 내가 어딜가든 따라올 것이 틀림 없다.
갖은 생각 끝에 난 무당을 찾아가기로 했다. 미신이니 뭐니 하면서 무시했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고 보니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무당은 나를 보더니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 어쩌다 그런 거에 씌여가지고.... 부적을 써 줄테니까 집에가서 침대 네 귀퉁이에 붙이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 쓰고 자. 그리고 사흘 뒤에 나흘간 하루에 한 장씩 부적을 떼서 태워. 그럼 다신 안 올거다.\"
이달 급식비를 전부 내야 했지만 조금도 아깝지가 않았다. 이 걸로 막을 수만 있다면....
집에 돌아온 나는 시킨대로 침대 네 귀퉁이에 부적을 붙이고 이불을 뒤집어썼다. 멀리 차가 지나가는 소리만 간간이 들릴 뿐 침대 밖은 고요했다.
얼마나 흘렀을까. 살짝 졸았던 것도 같은데.... 몇시 인지 궁금했지만 손에 든 핸드폰을 켤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불빛이라도 새어나가는 순간 귀신이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올 것 만 같았다.
\"....리카락 보일라.\"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 귀신 목소리였다. 침대 가장자리에서부터 한기가 느껴졌다. 난 숨죽여 그 소리에 집중했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그렇게 세 번을 말하더니 소리가 뚝 멈췄다. 이제 간걸까? 아직 있을까? 진짜 날 못찾은건가? 잠이 확 깨버렸지만 차마 확인해 볼 엄두는 나지 않았다.
그렇게 30분쯤이 지나서야 난 마음이 조금 놓였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특유의 한기도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난 조심조심 팔을 움직여 눈 근처의 이불을 살며시 들어올렸다.
그 순간!
다다다다다다다다닥
\"킥킥킥킥킥. 여깄네?\"
재미는있으나 혼숨이랑 가위눌린거 전부 섞어놓은느낌이 존내 강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