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xx호 내가 살 6개월간 살 방이었다

(결론 부터 말하자만 2개월도 못 버티고 사람많은 방을 찾아서 4인실로 옮기게 된다)

밤에 들어가니.. 또 묘한 기분...띵한 듯 더운듯 더위 먹은 느낌같은게 훅 밀려온다..

몇분 지났을까.. 잠이 막 들려는 무렵..


밖에서 필리핀 말이 들린다. 싸우는 듯 소리 지르고 비명도 간간히 들린다.

'내가 필리핀에 오긴 왔구나'란 생각이 든다..

그래도 이건 새벽에 너무 시끄럽잖아.. 란 생각을 하며 잠든다.

다음날 아침

사람들 소개 받고...레벨 테스트니 환전이니 하면서 바쁘게 하루를 보낸다

다시 밤

다시 더위와 긴장에 미친 몸으로 침대에 눕는다.

새벽 무렵 또 다시 들려오는 싸우는 소리..비명소리..샤워기 물나오는 소리...

슬슬 짜증이 기어올라온다..내일 방을 바꿔달라고 말하리라 결심을 하고 잠든다..

여차 저차 며칠이 지나고. 싸우는 소리가 간혹 들리긴 하지만.

잠을 방해할정도는 아니게 됐고. 좋은게 좋은거다와 당시 만사 귀찮고 만사 지쳐있던 나는

방바꾸는건 차일 피일 미뤘다.

그러면서 이사람 저사람 사귀고 영어공부도 하게 되는데

그중에 A란 형을 알게된다. 앞서 말했지만. 난 4학년 1학기까지 마치고 군대도 갔다온

상태에서 연수를 간것이라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나보다 어렸지만 그형은 나보다 나이가

네덧살 많은 형이었고. 동생들 살갑게 대해하는 성격이라 기대대 없던 난 무척 그형을 따랐다.

그형이랑 친하지게 된 계기가 그형이 내 바로 전에 내방을 쓰다가 다른 방으로 옮긴건 알고 난 후였다

'어.. 그방.... 뭐 안나오디?'

호기심 가득찬 얼굴로 물어보길래

'아니요 왜 머 나와요??'

내 얼굴을 한참 빡히 보던 형은 피식 웃더니

'아니... 바퀴벌레 나와 가끔,,,,,'

그렇게 며칠동안 친해자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방 얘기가 나왔고

내 방의 상태를 얘기했더니

'허.... 너도 들었구나.. 그 방이 그래.. 샤워기 귀신은 아직 못 만났냐?'

농인지 진담인지 모를 애매한 말.. 샤워기 귀신은 뭐지 또...

그형은 대답은 이랬다

기숙사에는 필리핀 사람이 들어올수가 없다는 대답..

근무시간에야 빨래 하고 청소하는 사람들 있지만

저녁넘어선 도난방지차원에서 외부인은 완전 차단한다고 한다.

그럼 내가 들을 소리는 머지...

그러면서 그형에게 들은 얘기가 이학원이 원래는 오래된 호텔이었는데

큰불이 나서 여러명 다치고 죽었고 그일로 망해서 방치해두다가 지금 원장이 헐값에 인수해서

학원을 차린거라고 한다. 그래서 그 때 죽은 귀신이 이 학원에 많이 나온다고 낄낄 거린다

문득 생각해보니.. 내가 새벽에 들은 소리는 사람이 싸우는 소리가 아니라..

재난영화에서 급하게 피난할때 소리 지르고 비명 지르는 소리가 맞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내 상태는 이미 방에 정리할꺼 다 했고

익숙해 졌고. 귀신이고 자시고 새벽에 어렴풋이 들리는 소리때문에 방바꾸기도 귀찮아서..

아 귀신소리구나.. 라며.. 별일 아닌듯 넘기려고 들었다..



근데 샤워기 귀신이라고??


그러고 보니...그간 경험으로 볼때 그 싸우는듯.. 무서운듯 비명지르는듯한 필리핀말은



잠들기 직전에 살짝 몽롱한 상태에 들렸는데..



종종 들리는 샤워 소리는 내방에서 나는거 처럼 생생했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날 밤..



낮에 나눈 얘기 때문인지 먼가 찝찝해서 잠이 안온다..



아무 필리핀 말도 들리지 않았다...



아직 어떤 이상한 소리도 듣지 못했다.



'이걸 좋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새벽에 떠드는 사람이 없는 조용한 방이었다는 사실에 좋아해야 하나



귀신소리 들리는 방에 사는걸 슬퍼해야하나.. '



큭.. 별거희안한걸로 고민하고 있는 내가 웃겨서 큭큭 거렸다



새벽 2시 5분.. 적막하리만치 조용한 방안



'끼릭..끼릭..끼릭...' 샤~~~~~~



응???



분명히 내방 샤워기 돌아기는 소리



심장이 출렁 내려 앉았다



뭐지 저게 어떻게..



이 건물은 오래된 건물이어서 샤워기도 아주 오래된 녹이 잔뜩 껴 있는 물건이었다.



녹이 슬어서 오른쪽으로 힘줘서 돌려야 끼릭 끼릭 힘들어 하는 소리를 내면서 물을 풀어주는 그런..



그게 지금 지멋대로 돌아서 물을 뿌리고 있는거다...



이걸 어쩌야 하지



화장실에 들어가서 확인할 용기따위는 없다.. 도망가야 할지도 애매하다..



공포가 도를 지나쳤는지 살짝 멍해진다..



어쩌지.. 어쩌지...



노트북 바탕화면만 쳐다보고 있다..



2시 20분



'끼릭..끼릭..끼릭...'



샤워기가 닫치는 소리..



물소리가 사라졌다..



물소리가 사라졌어도 화장실에 가서 정말 내방 샤워기가 돌아갔었는지 그래서 바닥이 젖어있는지 확인할 용기따윈 없다..



그 다음날 부터 난 내방에서 자는걸 꺼리게 됐다..



이방 저방 다른 방을 전전하며 살고.. 이런말 하긴 그렇지만.. 슬슬 필리핀 유흥에 젖어서



그시간에 방에 잘 없는 시간도 늘어났었다.



그러다 내방에서 잠들면.. 들리는 샤워소리에도 살짝 무감각해 지는 것도 느껴졌다.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이 얘기를 하주면 무서워하는 모습이 재미있어서



그런데 어떻게 샤냐고 물어오는 뻔한 질문에



'아 이제는 별거 아니야 '아 이년이 또 샤워하러 왔구나 생각하고 잔다고'



호탕한척 웃어대곤 했다.. 병신처럼... 자기 방에선 잘 자지도 못하는 주제에..







그러다 며칠후..



친구 방에서 한잔 거하게 걸치고.. 새벽 무렵 내방에 와서 아무 생각 없이 화장실에 앉아 큰일을 보고



있었다..



아차!!



그때 시계가 2시 5분을 가르친다..



변기 옆에 세면대.. 그 옆에 샤워기.. 그 사이에 샤워커튼... 쭉 일자로 서있는 구조..



난 변기에 앉아있다.. 젠장.. 어쩌지...



그때...



'끼릭..끼릭..끼릭...'



내 옆으로 샤워기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



샤~~~~



내 옆으로 물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미칠듯 무섭지만 미칠듯 궁금하다..



눈을 살짝 돌린다...



샤워 커튼 위로 샤워기에서 물이 떨어지는게 보이고



커튼 넘어로 사람의 형태가 그림자 처럼 보이고..



커튼 밑으로 물이 하수구로 들어가는게 보이고...



그리곤 작은 소리로 사람 소리가 들린다..



필리핀 말이었다..



'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난 그 말을 들을수 있었고 외울수 있었다.



그 지옥같은 15분이 지나고. 다시



샤워기가 돌아간다.. 물이 멈춘다.....







다음날 아침..



투텨에게 물어왔다..



'선생님 XXXXXX 이게 필린핀 말 맞죠?'



그 지역의 방언이란다. 어디서 들었냐며 신기해 한다..



그래서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뜨거워... 뜨거워... 뜨거워..."



라고 했다...





그날 난 방을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