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 정원 속 홀로 쓰는 글 -
물망초 잎은 정오의 햇살에 바싹 말려
네 자그마한 발자국과 함께 찍어낸
선홍빛 낙인과도 같아
한 번 몸과 마음에 새겨진 낙인은
그 누구의 소유도 되지 못할
비참한 결말만을 남게 하지
오늘은 강가에서 연을 날렸는데,
옆에서 같이 날던 한 소녀의 연이
내가 날린 연과 깊게 엉켜버려
강물에 허무히 빠지고 말았어
난 물 위에 떠있는 연을 한 번 흘겨보고,
곧장이라도 울 것만 같던 소녀의 눈도
한 번 흘겨보고.. 음..
멋대로 내 구역에 들어와 놓곤
누구 맘대로 울고있는건지..
덕분에 내 연까지
물에 홀딱 젖어버렸는데,
해가 산등성이에 걸쳐
하늘이 푹 익어가는 시간이 오면
사과꽃을 입에 문 듯
청초한 노스텔지어의 산미가
풀내음과 함께 입에 맴돈다.
이제 주머니 속에 움켜쥐던 금잔화 한 송이 꺼내
등나무 기둥에 한아름 묶곤
경쾌한 발걸음으로 집에 가야지.
날씨,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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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는 건 몇달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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