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손 끝에서 나는 늦가을의 체취를 맡았다.
둥그렇게 말린 내 삶의 대부분은 눈보라가 내리고 있었고, 머리가 꼬리를 문 채로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몸통을 가득 채운 싸라기눈을 머리는 먹고 먹고 또 먹고 이제 무엇이 남았나 혹여 배탈은 나지 않으려나
머리가 머리를 먹으면, 머리가 머리를 다 먹으면, 입 속 싸늘한 송곳니가 두 눈두덩이에 박히면 곧 아무것도 보이지 않겠지 그리고 아주 조금, 한 세상에 금이 갈 정도만큼의 시간이 더 지나면 나는 더이상 겨울의 차가움에 떨지 않을 수 있겠지. 작은 파이프 속을 헤집던 증기사이에 엉겨붙은 눈 결정들, 봄비 속에서 메아리치던 매화들도 그렇게 하나로부터 시작한 것이 완전히 사라진 그곳에는 때이른 한기 대신 네 손끝에서 아른대던 늦가을의 체취가 났다. 나는 그 스러진 낙엽 향을 맡으며 천천히 떨어지는 눈들을 눈망울들을 눈길들을 기다리며 부서질 때를 손꼽는 그 서있는 길들의 향을 맡으며 주저 않고 짧은 글의 끝머리에 마침표를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