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
피로가 몰려왔다
그들이 몰려왔다. 나는 몸을 숨길만한 곳을 찾았다. 오른쪽에 골목이 보였다. 골목으로 빠르게 들어갔다. 골목 끝에 쓰레기통과 빈 술병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겨우 그 뒤로 숨었다. 그리고 숨을 죽였다. 그들이 가까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주 느리고 무거운 걸음이었다. 소리는 점점 커져만 갔다. 동시에 내 심장도 빠르게 뛰었다. 어떻게 하지, 이 생각 외에는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나는 정신을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하자, 생각하자 하고 속으로 되뇌이는 게 끝이었다. 그때였다. 왼쪽에 손잡이가 보였다. 제길, 바보 같긴 문을 등대고 있었다니. 손잡이를 돌려 문 안으로 들어갔다. 문 안으로 들어가자 시끄러운 음악이 들려왔다. 아무래도 클럽인 것 같았다.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고 밑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느 정도 안심이 되었다. 다리가 풀려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 왜 왔는지는 아직 밝혀 진 게 없었다. 단지 곰 같은 덩치에 사람만 발견하면 올라탔다. 그렇게 올라타면 며칠이고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물론, 사람들이 그대로 당하지만은 않았다. 칼로도 찔러보고 총으로도 쏴보았다. 하지만 그들은 죽지도 잘리지도 않았다. 단지 꼭 끌어안을 뿐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사람의 온 힘을 빼놓을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보고 어느 교수는 재미있는 가설을 내놓기도 했다. 몇 십 년 전에 없어진 피로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그리고 어쩌면 우리에게는 피로가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피로라니. 사실 나도 피로를 느껴본 적은 없었다. 피로는 내가 태어나기 전에 어느 제약회사에서 만든 제품으로 없어졌으니까.
쿵, 쿵 뒤에서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났다. 나는 재빨리 문을 잠갔다. 아무래도 그들인 것 같았다. 제길, 내려가서 밖으로 빠져나가야 할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밑에서도 꺄악, 하고 비명 소리가 들렸다. 나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들이었다. 이미 어떤 남자에게 한 마리가 올라탔다. 남자는 힘겹게 몸을 움직이고 벗어나려고 애썼다. 하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저 남자는 어려울 것 같았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점점 그들의 숫자가 많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한 명씩 사람들을 끌어안았다. 큰일이었다. 빠져나갈 곳을 찾아야 했다. 그러다가 그들 중 한 마리와 눈이 마주쳤다. 재빠르게 뒤로 몸을 뺐다. 점점 뒤에서 그들이 문을 두들기는 소리도 커졌다. 제발 그녀석이 올라오지 않기를 빌었다. 하지만 내 예상은 틀린 것 같았다. 아주 느린 걸음으로 계단을 밟고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확실히 그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나도 댓글 줘... 열심히 썼어... 한 시간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