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채색 악마

 

수많은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그 거리 그 속에는 어디든지 내가 항상 있다. 인간은 나를 항상 보지만 신경 쓰거나 혹은 전혀 신경 쓰지 않거나 내뱉기만하거나 어쩔 수없이 마시기만 한다. 나는 사람들 속에서만 숨쉬고 사람들 속에서만 전해진다. 나를 항상 만드는 것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아주 멍청하다. 나를 만드는걸 자신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많고, 내가 악마라는 것을 알면서까지 나를 뱉어대는 사람이 많기만하다. 나는 악마다 사람들을 잡아먹는 것을 즐기는 악마. 사람들이 찾아주는 악마이다. 나는 또 나를 불러내는 사람들에게 빨리 가봐야 한다. 그들을 죽이러말이다.

후...길게 내뱉는 여자의 숨결이 거칠기만 했다. 여기는 사람이 잘 찾아오지 않는 외진 화장실이다. 여자는 그곳에서 담배를 꺼내들고 깊게 들이마시고 내뱉기 시작했다. 평안하다는듯이, 기분이 좋아 보이진 않는다. 여자의 얼굴은 우울했다. 여자는 담배를 피는 손을 멈추고 담배를 변기에 넣었다. 여자는 변기의 물을 내리고 옷을 톡톡 두드렸다. TV에서 광고하던 섬유유연제의 덕을 톡톡히 본다고 생각하고 다시 화장실을 나갔다. 악마가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여자는 한가지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악마는 여자의 손에서 없어지고 눈에서 사라져도 항상 여자에게 붙어있다는점 담배를 피면 필수록 더욱 오랫동안 남아있을 수 있다는 점을 몰랐다. 악마는 환호했다. 여자가 자기를 점점 찾아주는 횟수가 늘기 시작했다. 여자는 자신의 몸을 망친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내가 먹을 수 있는 영혼이 하나 더 느는구나라는 생각뿐이었다. 여지는 길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그 속에는 다른 악마들도 많이 보였다. 악마를 보며 눈을 찡그리는 사람도 있었고, 숨을 쉬지 않는 사람들도 몇몇 보였다. 악마는 그들 모두가 하찮게 느껴졌다. 숨을 막고 얼굴을 찡그려도 나는 그들을 조금씩 잡아먹는다. 그들은 자신이 잡아먹히는 걸 느끼지 못한다. 인간은 멍청하기만하다. 이것이 악마들의 논리였고. 그 논리는 적중했다. 방금 화장실을 지나온 여자는 악마가 잘 아는 사람이었다. 항상 편의점에 들어가 악마의 이름을 대며 매일 악마를 불러내기만 했다. 이 여자를 본지 벌써 7년정도 되었다. 여자는 끊임없이 악마를 찾았다. 힘든 일이 있을 때,우울할 때, 상사에게 안좋은 소리를 들었을 때, 일이 피곤할 때, 혹은 무의식중에도 악마를 찾기만 했다. 다른 좋은 방법이란 건 몰랐다. 악마는 이 여자가 한심했다. 악마를 만나지 않는 방법을 항상 1년에 한번씩 계획을 세우던 여자는 3일도 못가 악마를 샀다. 악마는 이제 여자의 같은 패턴이 재미없어졌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생각이 들지만 악마는 인간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다른 인간도 같았기 때문이다. 악마가 본 모든 인간은 이 여자와 같았다. 모두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필요없다고까지 말했지만 정말로 자신을 떠나는 인간은 적다는 것을 말이다. 이 여자도 언젠가 날 떠나겠지? 하지만 이 여자가 날 떠났을 때는 이 여자는 나를 절대로 보지 못할 것이다. 절대로.

 

어두운 주차장 11시가 넘어가고 있는 이 시각에 나를 찾는 학생들이 둘러앉아 나를 부른다. 중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많은 학생들은 항상 이 어두운 시간에 나를 찾는다. 아까 봤던 여자보다 더 멍청한 것들이 이것들이다. 세상사는 속에서도 모든 어른이란 사람에게 듣기 싫은 소리를 듣는 이것들은 여기 와서 나를 부르며 푼다. 이중에는 물론 그냥 나를 마시고 있는 것들도 있다. 더 바보같은 것들이다. 왜 한심하게 자기를 죽이면서까지 이속에 있을려고 하는지 의문이다. 내가 악마지만 이것들의 영혼은 딱히 맛있던 적이 없었다. 너무 먹을게 없을 정도로 작기도 했고, 영혼 속에는 쓰레기들만 가득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상한 논리를 가지고 있는데, 어른 되면 그만 할꺼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어른 되면 달라지겠지 설마, 이런 이상한 논리로 하루에 20명 이상 나를 부른다. 진짜 한심하고 더러운 것들이다. 악마는 이런 쓸모없는 애들이 자신을 부른다는 사실이 너무 싫었다. 끔찍했고, 이곳에 항상 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악마의 바램과는 다르게 이 더러운 것들이 자신을 찾는 횟수는 점점 더 늘기만 했다. 악마는 처음으로 이들이 자신을 멀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인간은 정말 한심한 동물이었다. 인간외의 동물은 악마를 찾지 않았다. 악마가 있는지도 모르고 사는 동물이 많을 것이다. 악마는 한심하고 가끔은 더럽기까지한 인간이라는 동물이 자신을 찾아준다는 사실이 점점 싫어지고 있었다. 나를 그만 찾는 날이 왔으면... 그런 날이 올까? 악마는 생각했지만. 악마 자신도 답을 찾지 못했다. 그렇게 악마는 또 다른 인간에게로 또 다른 인간에게로 계속 가고 있었다. 인간의 영혼을 갉아먹으러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