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을 사는 비둘기들은 발가락이 부족해. 잘려 있었어. 오늘 롯데시네마 앞에서 맥주 한 캔을 가방에 넣고 영화관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내 앞으로 비둘기 두어마리가 다가온 거야. 그때 알았어. 발가락의 결핍.
영국인 롱샤는 날 보고 동양의 해리포터라고 불렀지. 왜 그랬을까? 운전 면허 필기시험을 마치고 가는 차안에서 그녀가 떠올랐어. 먼저 얼굴이 생각났는데, 이름이 뭔지 모르겠었지. 곧장 옛날에 쓴 그 아이에 관한 글을 찾았어. 그 아이는 ppt 발표를 하며 채식주의자를 말했었는데, 맥도날드를 마구 욕했지. 맥도날드의 불량스러운 위생! 분명히 커다란 분노였어. 하지만 ppt가 끝나고 나서는 그녀, 멕시코 여자와 나란히 앉아 있는 내 옆으로 와서 "좀 바보 같아 보이지 않았어?". 수줍고 민망한 얼굴이었지. 멕시코 "아냐, 모두가 흥미롭게 봤어" 롱샤 "긴장 많이 했어"
롱샤는 푼수끼가 다분했어. 내가 멕시코 여자와 함께 앉아 있을 때 이런 말을 하기도 했었지. "너 군대 간다며?" "응" "안 가면 안돼?" "방법이 없어. 정말 짜증나는 일이지" "얼마나 가는데?" "2년" "으악, 그럼 ㅁ와 함께 살면 되잖아" ㅁ는 내 옆에 앉은 멕시코 그녀.
면허필기시험을 마치고 돌아가는 차안에서, 그 여자애가 생각 났었어. 날 동양의 해리포터라고 종종 불렀었는데, 사실 그때는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라고 생각만하고는 그냥 넘겼었지. 하지만 차안에선 그렇지가 않았어. 문득 궁금증이 솟아올라서 스마트폰을 켜고 해리포터의 사진을 찾았지. 나쁘게 생기진 않았네. 하지만 내 안경알은 해리포터처럼 크지 않잖아. 그냥 이미지에 관한 말이려나. 그 여자애는 해리포터를 영화로만 보고 소설로는 보지 않았어. 소설은 좀 그렇다나.
비둘기에 사는 비둘기들은 발가락이 부족하지. 왜 그런지는 나도 몰라.
이건 알아줘 나도 해리포터 경험이 있다는 거
혼자 패스트푸드점에 앉아 햄버거 세트를 먹은 게 손에 꼽아 스무 번도 넘을 듯 아마.
뭐야, 그럼 난. 포카혼타스? 머리만
요즘 문갤 컨셉은 자기 은근 칭찬
허 자기 미화?
혼자 햄버거 먹은 거? 그래, 쓰담쓰담.
혼자 먹는 거 좋음 나도 맥도날드에서 자주 혼자 먹었지
강의실 의자에 앉아서 멕시코 그녀 옆모습을 보고 있자면 내 마음이 참 뜨끈해졌지. 예쁘다. 특히 콧선이. 기분이 좋아져서 자꾸 소리 없는 웃음이. "Janine 너도 너가 예쁜 거 알지?" 그녀는 무안하다는듯이 말했지. "조금은?"
그녀는 자꾸 살이 쪘지. 매일보다시피 해서 잘 느끼진 못했지만 아마도 찌는 거 같아. 처음 보았을 때 그녀의 선은 날렵한 펜촉 같았는데, 보면 볼 수록 앞이 두툼한 만두 같아졌거든. 어느날 그녀가 말했어. "난 너무 뚱뚱해!" "아냐, 넌 너무 말랐어!" 난 그녀의 스트레스를 이해했지. 부모님의 원조 없이 해외에 나와서 파트타임 알바로 생활을 연명하는 것, 룸메이트와의 불화, 끔찍하게 어지러운 고양이. 그녀는 2마리 고양이와 1마리 개를 길렀어. 하지만 그녀가 기르는 고양이는 무척 방을 어지럽혀서 퇴근길마다 그녀의 화를 돋게 했지. 룸메이트는 그 일을 수수방관했어. 청소를 좋아하지 않는 유럽 여자였지. "너 네 고양이에게 좀 잘해줘야 할 거 같아" 그녀는 점점 더 열 받았어.
'청소도 하지 않는 룸메이트가 나를 가르치려 들다니' 이런 심정이었지. 이런 퇴근 후의 사정이 불편하다 보니 그녀는 자꾸 단 것을 먹을 수 밖에 없었고, 먹으면 먹을 수록 그녀는 살이 쪘지. 내게 이런 말을 주기적으로 했어.
"난 살 쪘어" 그러면 난 "아냐 넌 너무 말랐어"라고 말을 했지만 어느날, "자꾸 거짓말을 하면 너랑 말하지 않을 거야." 그녀가 이렇게 말했지. 나 "알았어 뚱뚱이" 그녀는 빵 터져서 웃으며 손으로 내 뒷목을 잡아 눌렀지.
"나 살 쪘어"
"뚱땡이!"
^^ (빵 터지진 않았지만 미소는 지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