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이 나의 이야기의 시작점이다.


유령도시를 방불케 하듯 늦가을 쌀쌀한 거리는 너무나도 휑하다.


나는 횡단보도 앞에서 대짜로 뻗어 죽어있다. 그렇다고 외상은 없고 심장마비라기엔 너무도 평온한 표정이다.


아마 내 시체가 발견되려면 두어 시간정도는 걸릴테고 그때까진 나의 누명을 벗겨줄 만한 인물이 없을까 곱씹어볼테다.


초록불이 오늘따라 어지간히 길다. 두 눈이 떠있어서 잘 볼 수 있다.







딩-동


초인종 소리가 길게 울려퍼지자 나는 용수철에 튕긴 개구리마냥 벌떡 일어난다.


핸드폰 시계를 본다. 새벽 6시 25분. 아직 알람시간은 35분이 남아있는데..


눈을 뜨는 둥 마는 둥 비틀대며 현관으로 향하던 중 책상 위에 낯설은 편지봉투 한 장이 있는 것을 알아채버렸다.


도저히 이 직관적 기억력이란 그저 쓸모없는 이벤트용 찌라시같은 것일 뿐. 귀찮은 듯이 편지봉투를 위아래로 훑고


현관으로 지그재그식으로 걸어갔다


"권수현씨인가요. 사인 좀 부탁합니다"


"택배올 게 없을텐데.."


마치 목고문만 수십차례 당한 어린 양처럼 찢어지는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여기있습니다. 안녕히계세요" "수고하세요"


한국에서 제일 형식적인 인사를 건넨 후 소포를 뜯은 나는 마치 찬 가솔린을 맞고 그 위에 불이 붙은 것 마냥 정신이 확 들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