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길은 여러개이듯, 진리라는 하나의 실체가 있지만 그에 도달하는 방식은 다를 수 있다고 누군가가 말했다는데


그래서 인류의 지혜가 집대성되어 있다는 불교나 기독교의 세계관을 통합해 보는 데에 관심이 있음. 그 두 종교가 서로 다른 길을 가지만 추구하는 진리는 동일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예를 들어 석가모니 부처님은 무아를 얘기하셨는데, 나라고 할만한 실체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내 안의 모든 욕심과 집착, 자아라는 허상을 버리고 내가 비어있다는 것 즉 공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사람이 부처라고 했잖아? 그리고 모든 사람이 부처가 될 수 있는 불성을 가지고 있다고 했고. 부처가 되는 길이 곧 지혜와 자비의 길이라고 하셨음.


기독교에서 신은 절대자의 지위에 있는 자기 자신을 비워서 세상을 창조하고, 사랑하는 인간들을 구원하기 위해 자신도 인간이라는 열등한지위로 직접 세상에 왔고 그 인간이 바로 예수다라고 주장함(기독교 전문용어로 케노시스라고 하더라.)

그리고 인간은 신의 형상을 본떠 만들었기에 인간도 신이 했던 것처럼 자기를 비워 다른 사람들과 세상을 사랑하는 게 진정한 본성이라는 기독교적 관점이 있음. 그렇게 못 하는 것은 사탄 때문이고.


불교의 세계관을 나타내는 그림인 육도윤회도를 보면 이 세계는 마왕(마라, 빠삐만)이 지배하는 육도의 여섯가지 세계로 이루어져 있음. 인간은 어리석음으로 인해 스스로 만들어낸 헛된 자아상에 갇혀서 여섯가지 세계, 즉 고통과 분노, 탐욕, 갈망, 자기중심성, 경쟁심과 이기심, 헛된 쾌락과 환희를 왔다갔다 하면서 윤회하며 그것들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 하고 육도세계의 주인인 마왕에게 지배 당하는 삶을 살다가 죽음. 그런데 그 세계에서 지혜를 얻어 자아의 욕심을 버리고 끝없는 윤회에서 벗어나 마왕의 세계를 탈출하면 부처가 되는 거임.


예수님은 “누구든지 자기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고 하셨는데, 여기서 자기 자신이라는 것에는 “도덕적인 나” “선한 나” “영적으로 성숙한 나”라는 관념까지도 포함되어 있다는 게 기독교의 관점임. 그런 나에 대한 관념도 결국 우월한 나 라는 욕망의 발현이라는 거고, 이기심에 다름이 아니라는 거임. 그래서 인간은 스스로에게 의지하는 한 선행, 선한 생각 조차도 그 뿌리는 이기심이라는 것. 그렇기에 스스로를 비우고 신을 의지해야 한다고 설함. 자신을 비워낸 사람에게는 언제나 인간을 사랑하는 신께서 은총을 주어 그 사람을 선하게 만들지만, 자신으로 꽉 차 있는 사람에게는 신의 은총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는 것임.


두 종교 모두 자신을 비워내라고 말함. 두 종교 모두 이 세계는 악마, 마왕, 사탄이라 불리는 악에 의해 굴러가고 있다고 말함.


인간 고타마 싯다르타는 깨닫기 직전 명상 중에 마왕 마라 파피야스에게 세 가지 시험을 받았지만, 그것들을 모두 물리쳐서 부처가 된 뒤 많은 사람들을 부처의 길로 이끔.

나자렛에서 온 예수는 세상에 나가 활동하기 전에 광야에서 사탄에게 세 가지 유혹을 받지만, 모두 물리친 후 공생활을 시작함. 그리고 기적과 언행으로 많은 사람들을 구원의 길로 이끔

뭔가 매우 비슷함


그래서 두 종교에 근본적인 공통점이 있다는 게 제 생각임.


내가 이런 글을 쓰는 것도 내 생각을 인정받고 싶고 과시하고 싶은 자아의 욕망 때문임.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