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미안해.
오랜만에 꿈속에 나와서 한다는 말이 고작 그거였습니까.
내가 항상 당신을 그리워하고 있다는걸 알면서,
내가 당신께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도 알면서 한다는 말이 그거 뿐이었습니까.
그거야말로 상처라는것을 당신은 어찌 모르십니까.
예전부터 당신은 그랬습니다.
나를 누구보다도 잘 안다면서 당신은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도 몰랐습니다.
아뇨, 서운하지 않았습니다.
미워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았습니다.
생일 선물을 늦게 챙겨주어 미안하다는 말 하나 없는 당신의 얼굴을 보면서도 나는 당신이 좋았습니다.
여름에 주는 생일 선물이 목도리였어도 나는 당신이 좋았습니다, 당신이니까요.
아시나요,
당신이 내게 생일선물로 준 그 빨간 체크무늬 목도리는 오래도록 선물상자에 담긴채 내 옷장 속에 있습니다. 언젠가 내가 담담해지는 날이 온다면 그 목도리를 두르겠습니다. 부디 노여워 마시길.
당신을 만난 날이면 난 항상 일기장을 집었습니다. 당신과 만난 그 순간부터 헤어지던 순간까지, 그 모든 시간의 공기를 모두 글로 담으려 애썼습니다. 당신과 함께 있을 수 있던 시간은 길어봤자 3시간 남짓이었지만, 그 시간 만큼은 황홀했다고 난 말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내게 물었습니다. 그 사람이 뭐가 그렇게 좋길래 그렇게 매달리냐고. 다만 난 내 감정에 의문을 품은 적이 없었습니다. 남들 눈엔 불쌍해 보일지라도 나는 아니었습니다. 내겐 다른 사람보다는 당신의 시선과 생각이 중요했으니까요. 이제와서 묻지만 당신은 날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비를 맞고 있는 고양이를 보면 우산을 씌워주는 당신을, 괴롭힘을 당하는 이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당신을, 정작 자신이 부조리를 당하면 꾹참고 넘기는 당신을, 매일 자신의 꿈에 대해 조잘거리는 당신을, 나는 이 모든걸 사랑했습니다. 당신의 모든걸 사랑했으니 당신을 좋아하던 이유도 아주 많은것이었겠지요.
당신은 어느날 부턴가 꽤 오래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내가 문자를 보내면 항상 한시간 이내에, 늦어도 하루안에는 답해주던 당신은, 그게 하루, 일주일, 한달, 일년이 되도록 답이 없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밤을 눈물로 지새웠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내게 큰 존재였던만큼 내게 공허함을 남겼거든요. 그러다 당신이 잊혀질때 즈음, 당신은 내 꿈에 나왔습니다. 꿈속에 주기적으로 찾아와 당신이 하는말은 매번 똑같았습니다.
ㅡ미안해.
어쩜 그리도 이기적일 수 있는지요. 미안하다니, 그만큼 상처인 말도 없을텐데 말이죠. 꿈 속 당신이 한 말임을 알고 있지만 점점 나에겐 현실이 되어가 이성이 아득해져왔습니다.하루하루를 겨우 살다시피 하다가 처음으로 그 목도리를 두른 날, 당신을 마주쳤습니다. 당신의 눈을 마주보자, 난 몇년 전의 과거로 돌아간 듯 했습니다. 내가 눈물로 지새운 밤들이, 우리가 함께했던 날들이, 당신의 편지를 읽던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습니다. 당신을 바라본채 서럽게 흐느끼는 나를 따스히 안으며 당신은 낮은 목소리로 내게 속삭였습니다.
ㅡ보고싶었어.
너무나도 그리웠던 목소리였지만 야속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당신이 내게 주었던 목도리는 이 순간만을 위해 존재한 것 같았습니다. 그 목도리가 무슨색이었는지, 길었는지 짧았는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에게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 왜 날 떠났는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중요한건 단 하나,
당신이 내 앞에 있다는 것 하나였습니다.
아 ㅅㅂ ㅈㄴ 잘쓰네
님도 잘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