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날의 어떤 날, 여느 날과는 다르게도 비교적 선선하고도 산뜻한 그런 날, 살랑살랑 산들 바람 불어오는 뜨거워진 대지 아래 피어난 초록빛 들판과 그 위, 잡초를 바닥삼아 사랑찾아 목놓아 울고있는 풀벌레가 생각나는 그런 날.. 인줄 알았다. 여긴 서울 한복판! 풀벌레와 들판 따윈 없다. 그래도 가끔은 생각난다. 특히 이런 날에는 말이다. 특별할 거 없는 평범한 하루지만 나에겐 특별한 날이다.


'딸칵 딸칵'


'딸칵 딸칵'


초조한 마음에 애먼 마우스만 계속 눌러본다.


1분뒤.. 앞으로 1분뒤면 결과가 나온다.


3..2..1


17시

'딸칵'


'...'


없다. 내 번호가 없다 이번엔 붙을 줄 알았는데..
없다. 내 번호가.. 울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 버린탓인일까? 남들은 1년이면 다 한다는데 나만 또 챗바퀴를  구른다.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한강이 보인다. 나도 글이나 한 번 써볼까? 킄킄킄 나도 노벨상 받을 수 있을거 같은데 하는 망상. 망상만큼은 자유롭다. 걷다보면 참 많은 것들이 생각난다. 아무튼 그런 망상은 뒤로한채 한강길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집에 도착해있다.


"붙었니?"
집에 계신 엄마가 묻는다.


"헤헤 떨오졌또"


나도 아프지만 행여 부모님 마음이 더 아플까 애써 밝은 척 아양을 떨지만 여전히 눈물은 나오지 않는다. 익숙해진게 맞는 모양이다.


"에휴 다음에는 좋은 결과 있을거야..그래도 나이도 나이인 만큼 다른 것도 알아봐야 하지 않겠니?"


같은 레파토리.. 이것도 이제는 진부할지도? 근데 미묘하게 다르다. 항상 응원만 해주시던 부모님.. 그 말 아래 불신이 깔린다. 그래 그것도 날 생각해서 해주시는 말이겠지 애써 추스르지만 여전히 눈물은 안 난다. 그래도 오늘만큼은 세종대왕 저리가랴 진수성찬으로 차려주시지만 그닥 넘어가진 않는다.


더부룩한 속도 진정시킬겸 침대에 누워서 오랜만에 인스타나 켰다.
고등학생때 짝사랑 하던 소영이..어느새 결혼했는지 스토리에는 아기사진이 올라온다. '이럴줄 알았으면 그때 고백이라도 해볼걸' 떡줄 생각도 없는데 망상만 하며 또 스토리를 넘긴다. 넘기고 또 넘기다 보면 아주 볼만하다. 누구는 유럽여행 누구는 럽스타그램 나에겐 의미없는 스토리지만 그들에겐 특별한 그런 스토리.. 각자가 자신만의 하이라이트를 게시한다. 그렇게 무의미하게 스토리만 넘기던 중 같이 경찰을 준비하던 지인의 스토리를 보았다.


'귀하는 26년 1차 경찰에 합격하셨습니다'


'부럽다'


'저게 나였으면'

무거워진 스토리는 넘어가지 않는다. 마른줄 알았던 눈물이 새어나온다. 익숙해진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나보다. 시냇물이 된 눈물은 멈출줄을 모른다. 행여나 부모님이 들을까 소리없이 목놓아 끄억끄억 울어대기만 할 무렵 안방에서 끄억끄억 소리가 들려온다. 외면하고 싶지만 소리가 점점 커져오고
내 청춘, 내 시간, 내 돈..의미없는 기회비용만 생각하며 시냇물이 망망대해를 이를 무렵 dm이 날아온다.


'띵동'
친구가 술이나 먹자고 부른다. 여기 있어봤자 우울함만 커질거 같기에 주섬주섬 옷이나 주어 입고 나가기로 했다.


"저 친구 만나고 올게요"

그래 그동안 고생했으니 오늘은 만큼은 실컷 놀라며 내 손에 꾸깃꾸깃 10만원을 쥐어주시는 미소를 띤 엄마의 얼굴엔 눈물자국과 못 본새 늘어난 주름만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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