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녹판에 하얀 머리칼을 새긴다

길게 구불거리는 언어가 어지러이 엉킨다

겸허하지 않으면 필히 체할 것들이다


나와 꺼먼 것들은 그저 어리게 끄덕거린다

현기증나는 머리칼을 되새김질하며

끝없이 긴 것들을 바라본다


아직 나는 짧고 꺼멓다

저 노인처럼 하얀 머리 휘적대기엔

말들은 너무나 긴 시간 끝에 있다


다만 쉬이 희망하지는 않아야 한다

닿을 수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길고 하얀 말들을 그저 영원히 쫓으며

꺼먼 머리부터 어리게라도 열심히 끄덕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