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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혀는 가늘고 머리는 가볍다. 두 개 검지만 액정 위에서 경박하다. 떠다니는 문장들을 잡아 채어 픽셀로 새긴다. 화면이 밝은 만큼만 새겨진다. 빈곤한 우물에서 어거지로 두레박을 휘젓는다. 더 이상 어느 것도 걸리적거리지 않는다. 민망하게도 그러지 못한다. 그럴 때면 거꾸로, 액정을 뜯어 내어 단어를 만든다.


           바닥까지 가라앉은 열정은 무겁다. 깊숙이까지 침체되어 떠오르지 않는다. 그 위에서 얼마 남지 않아 알량한 단어들이 간신히 찰랑댄다. 제 껍데기를 떼어 붙인 궁여지책이 염치없다. 화면이 깜빡거리면 날아갈 것이다. 한번 침몰한 것은 그 무게로 설레는 것들을 잡아둘 줄 모른다.


          그래, 설레었던 적이 있다. 알록달록했다. 내 안에는 온갖 것들이 날아다녔다. 난 손만 뻗으면 되겠거니 했었다. 색은 너무 빨리 바랬다. 가슴 뛰던 것들은 침전했다. 탈색된 문장들만이 찰랑, 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