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내가 볼일을 보러 잠시 책상에서 일어날 때마다
책상 밑에서 의자를 밀며 나오는 사람이다
그가 보이지 않을 때, 나는 항상 뻐꾸기 소리를 듣는다
그는 의자를 다시 당기며 책상 밑으로 주저앉는다
그러면 나도 볼일이 끝나 다시 책상에 앉아 일을 시작해야 한다.
그가 비틀즈의 let it be를 부르는 목소리는 뻐꾸기 소리 같다
나는 그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귀찮아하는 얼굴을 지니고 있다는 멜로디를 주장한다
나는 음악을 크게 튼다
그는 고함을 지른다 나는 들리지 않는 듯이 행동한다
나는 그의 희번덕한 눈동자와 마주치지 않으려고
불투명한 책상을 바짝 보고 있다
책상 밑의 부풀어 오른 바지 앞섶을 열면
붉은 뻐꾸기가 나와, 가짜인 그를 마구 쪼아서 쫓아낸다
붉은 뻐꾸기가 허공을 향해 짖다가, 풀죽어
쪼그라들며 바지 속으로 사라지면
그는 다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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