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밑단이 희뿌얘진다. 반투명한 강화플라스틱 창 너머로 나는 유흥가의 새벽을 바라보고 있다. 해가 늦어지는 건 계절의 소관이기에 겨울은 여름의 새벽을 제 밤으로 바꾼 뒤다. 본래라면 아침이었을 시계의 시침 분침이 지금은 새벽이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펜을 들고 초고를 고친다. 잉크가 말라붙어 펜촉은 텁텁하다. 종이는 생채기가 난다. 아파? 아프단다. 몇 번의 흉을 진 뒤에야 상처 위로 잉크가 흩뿌려지고, 글자 몇 개의 위로 점점이 얼룩이 진다. 휴지를 들어 닦아보지만 소용이 없다. 피는 멈춰도 핏자국은 남는 법. 상처는 아물어도 지워지지는 않는다. 이것은 과거에 끝냈던 소설을 대하는 자세와도 관련이 있는 일이다. 언제나, 썼던 것들은, 앞으로 써야 할 것에 자국을 남긴다. 과거에 끝냈던 소설이 딱히 상처는 아니다만, 만일 그렇다면 나는 상처 투성이일 테며 슬픈 일일 테니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으려 하는데, 상처처럼 족적을 남기고 나간 이후엔 고치기도 고치지 않기도 애매해지기에 내가 주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처란 상처 받은 시간이 남긴 희미한 자국이고, 정이든 부든 강렬한 것들은 모두 내게 소중한 것들이었다. 잘 쓰지 못한 초고도 그만큼의 시간으로 내겐 소중한 것이었기에, 나는 새벽의 유흥가에 앉아 초고를 고치며, 아, 소중한 것들 혹은 소중했던 것들을 수정하는 순간 나의 시간들도 함께 수정이 되는 것인지, 수정이 된담 나는 수정이 필요한 인간이었던지, 수정을 마친 뒤에는 또 얼마나 대단한 인간이 될 것인지, 대단한 인간도 되지 못한다면 그저 그런대로 흘러가는 편이 낫지 않은지, 발전을 담보하지 못하는 수정이 필요한 절차인지, 뭐 그런 것들을 고민하는 것이다. 며칠은 걸릴 수정 작업을 이제야 시작한다. 지지부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