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는 잘못된 점을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아무런 진전없는 잠복근무가 될 것을 알면서도 형사는 시트에서 엉덩이를 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가 일하는 것은 범인을 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봉급을 타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형사는 잠시 정신이 흐트러졌단 걸 알아차리고 앞유리에 시선을 단단히 고정시켰다

인적하나 없는 어두컴컴한 네거리에 희미한 가로등불빛만이 조용하게 내리쬐고 있다. 형사의 시선에 들어오는 움직이는 물체란 두어시간에 한 번

지나가는 도둑고양이들 뿐이었다. 절로 하품이 나올법도 하지만 형사는 잠복이 시작된 저녁때부터 단 한번도 그러지 않았다. 하품하는 것에도 실증이 난 모양이었다. 


도둑고양이가 또 한마리 지나가고 있었다.  웬일인지 이번에는 형사가 찢어져라 입을 벌리고 하품을 해댄다. 그런데 숨을 들이쉬지 않는 것이 꼭

하품한거라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 그렇다.. 형사가 입을 찢어져라 벌리고 있는 것은 사실 목표물을 발견한 놀라움에서 말미암은 것이엇다.

형사는 도둑고양이로 잠시 착각했던 목표물에 시선을 주시한 뒤 문 손잡이에 손을 갖다댔다. 목표물은 반쯤 허리를 숙인 자세로 주위를 살피며 도로를

건너가고 있었다. 형사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차 밖으로 빠져나왔다. 다행히도 목표물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형사는 목표물보다 조금 빠른 속력으로 (그러나 훨씬 더 조심스러운 자세로) 목표물에 접근해갔다. 그리고 대부분의 추격전의 시초가 그렇듯이

구둣발소리를 알아챌 수 있는 임계거리를 넘어서자마자 둘만의 필사적인 달리기는 시작되었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올 무렵, 형사는 혼신의 힘을 다한 점프로 마침내 팔 뻗으면 닿을 곳까지 가까워져있는 범인의 등을 덮쳤다. 범인은 보도블럭

위로 형사와 함께 나뒹굴었다. 형사는 재빨리 범인의 몸뚱이 위로 올라타 멱살을 잡고 온 체중을 실어 범인의 몸을 눌러 제압했다. 범인은 팔다리를   

마구 저어대면서 저항했지만 제 풀에 지쳤는지 점점 수그러들었다.


 형사는 이번엔 운 좋게 끝내버렸다는 생각을 하며 뒷주머니에서 수갑을 꺼냈다. 그리고 탈진해있는 범인의 손목을 들어올리려 팔을 뻗었다.

그 순간 형사는 이상한 낌새를 알아챘다. 아무리 지쳤어도 최소한의 힘은 느껴져야 할 팔에서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 심지어는 생명의 기운이라 할 수 있을 것조차도 전혀 느껴지지가 않았다. 형사는 범인의 손목을 급히 놓았다. 그러자 영락없이 죽은 사람의 것처럼 범인의 팔이 땅바닥에 팽개

쳐지며 툭 하는 소리를 냈다. 아직까지도 믿기지 않는 형사는 마지막으로 콧구멍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보았다. 아무런 숨결도 느껴지지 않는다.

형사는 힘없이 늘어진 범인의 어깨를 잡고 미친듯이 흔들어대다가 비명을 질렀다. 조용한 동네가 떠나갈만큼 몇 번이고 괴성을 질러댔다


형사의 비명은 무전기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자 그제서야 겨우 멎었다. 망설이며 무전기로 팔을 뻗는 형사의 눈동자가 열심히 왔다갔다거리고

있었다.

 

 

 

 

 

형사과의 형사 세 명이 무전을 듣고 현장으로 출발했다. 뜻밖의 희소식에 모두 들떠있는 기색이 역력했다. 핸들을 잡은 형사가 입을 뗐다

"설마 죽여버린 건 아니겠지요?" 

조수석에 앉은 형사가 실없는 농담하지 말라는 듯이 고개를 저으면서 손사래를 한 번 쳤다. 그러자 뒷좌석에 앉은 형사는 눈동자를 크게 뜨고

"잡았다는 말에는 죽였다는 말도 포함되는 거 아닌가..?"

하고는 껄껄댔다. 비록 어처구니 없을만큼 재미없게 들리는 농담이지만 수 일간의 지루한 격무에 시달린 세 사람에게는 그럭저럭 재미난 위트로

받아들여지는 모양이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경찰차도 노란 헤드라이트를 뿜어가며 서서히 현장에 다가가고 있었다.

저 멀리서 손을 흔들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다 왔어. 내리자"


세 명이 모두 차 문을 열고 내리는 순간, 한 발의 총성이 온 동네에 울려퍼졌다. 총성이 난 곳은 다름아닌 범인이 누워있는 곳이었다. 범인은 수갑에

채워진 채로 꼼짝달싹않고 있었다. 운전대를 붙잡았던 형사가 제일 먼저 반응하여 범인의 곁으로 다가갔다.

범인의 가슴팍에서 피가 철철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그로부터 채 한 뼘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사제 권총 한 정이 총구에서 연기를 내뿜으며 팽개쳐져

있었다.

범인을 체포한 형사도 급히 달려와 어리둥절해진 표정으로 범인과 권총을 차례로 번갈아보았다. 

"이런 불발은 처음 보네요.. 참 이상한 일도 다 있습니다.."

형사는 곁에 있던 형사의 눈치를 한 번 살폈다. 그 형사는 119를 부르느라 정신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다른 형사의 눈치도 한 번 살폈다. 얼굴에

기가 차다는 듯한 표정이 떠올라있었다. 마지막 형사의 눈치도 살피려고 시선을 옮겼다. 그런데 형사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둠 속에서

날카로운 눈빛 한 쌍이 자기를 기분나쁘게 쏘아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B 형사였다. 차 안에서 실없는 농담을 던지며 껄껄댔던 형사 치고는 꽤나

기분나쁜 표정을 지은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무안해진 형사는 시선을 아래로 떨궜다가 말문을 텄다

"일단 현장 수습부터 합시다.. 문제의 권총은 제가 챙기겠습니다"

형사가 권총을 향해 한 발짝 다가가려는 순간 날카로운 호통이 들려왔다

"멈춰. 움직이는 새끼가 범인이야"

아까부터 줄곧 형사를 노려보고 있던 B 형사였다. 그는 어느새 권총을 뽑아들고 형사를 겨냥하고 있었다.

"자네 왜 그래. 미쳤어?"

놀란 표정이 된 나머지 두 형사가 입을 모아 B 형사를 나무랐다.

"장난치지 말고 빨리 수습이나 하자고"

B 형사는 총구를 그 두 명에게도 차례로 겨누어보이며 어름장을 놓았다

"너희들도 움직이는 새끼는 범인이야. 움직이면 범인으로 간주하고 쏘겠다."


그 순간, 범인이 나지막한 신음을 흘리며 팔을 뒤척였다.

"탕!"

B형사의 권총이 불을 뿜었다. 범인의 머리에 명중한 모양이었다. 간간히 흘러나오던 범인의 신음도 완전히 멎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