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를
유리컵처럼 다룬다
깨질 것을 알면서도
이미 정해진 힘으로만 쥐는 방식
괜찮으세요, 라는 말은
종이컵의 두께만큼 얇아서
뜨거운 것을 담아도
손을 데이지 않게 해주고
감사합니다, 는
엘리베이터 버튼처럼
누르면 반드시 돌아오는 빛
그 안에는
누른 사람의 얼굴이 남지 않는다
서로의 예의는
투명한 포장지 같다
내용을 보호하지만
결코 닿게 하지는 않는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체온을 모른 채
정확한 거리로 서 있다
그 사이에서
아주 가끔
비닐이 찢어지듯
의도 없이
손이 먼저 나가는 순간이 있다
떨어질 뻔한 것을
본능처럼 받쳐 들거나
닫히는 문틈에
발끝을 끼워 넣는 일 같은
그때
사람은
포장되지 않은 채로 드러난다
설명되지 않는 친절은
불 꺼진 방 안에서 켜지는
작은 스탠드 같아서
전체를 밝히진 못해도
그 자리만큼은
분명히 살아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깨지지 않을 만큼의 힘으로
당신을 대하면서
어쩌다 한 번
손이 먼저 나가는 순간을
믿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