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시를 팔아서 먹고 산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건 시인도 알고 보통 사람도 알지.

시집의 판매율이 생각보다 어마어마하게 낮아서 대한민국 1등으로 팔아도 

생계 유지조차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시인은 무엇을 먹고 사느냐?

일단 등단하면 한 해에 주요 문예지+중앙일간지 신춘문예 다 합쳐도

그 중에서 1-2명이 살아남는데,


이 사람들이 먹고 사는 길은 강의 뿐이다

그래서 주로 학위가 있는 시인들만 먹고 살 수 있는 것인데

그것도 학벌이 좋아야 먹고 살 만하다

비평도 같이 해줘야 하고


시인의 최고 루트는 그렇게 시쓰고, 비평하고, 강의하다가 교수 되는 것이지 

다른 쪽으로 먹고 살 방법은 없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시문단이 워낙 좁고 폐쇄적이고

알다시피 완전 매니아들만 읽고 관심 가지는 영역이 되었기 때문에

우리 나라에서 이 정도로 좁은 영역은

국악이나 동양 미술계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래도 등단해도 웬만하면 모든 시인들-비평가들-교수들과 알고 지내며

인맥 관리 엄청 해야한다

잘못 삐끗하며 시인 생명 끝인 거지


시인은 그냥 시 쓰는 직업이라기 보다도

시 관련 인맥 관리하는 업계라 보는 게 매우 적절하다.



<소설>


소설은 시 만큼 폐쇄적이진 않다

폐쇄성이 절반이면, 대중성이 절반이다 

일단 팔리면 문단에서도 웬만하면 받아주려고 한다

삼류 판타지, 로맨스 이런 거 아니면.


그래도 어찌되었든 소설로 등단하면 문단에 들어서는데,

등단자 중에서 시인이 1년에 1명 살아남으면, 

소설은 2-3명쯤은 살아남을 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살아남는다는 게 소설 써서 먹고 살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너네가 이름 알 법한 소설가들

꽤 유명한 편혜영 백가흠 이런 작가들도 소설만 써서 먹고 살진 못한다

소설가도 최소 석사 학위라도 가지고 문창과 강의라도 뛰고

그렇게 교수가 되어야 먹고 살 수 있다

그러면 그나마 글써서 먹고 사는 건데


대부분은 그게 불가능하다


소설만 써서 먹고 사는 건 진짜 드문데

김영하쯤 되어도 자기는 전업 소설가로 살기 위해 자식 낳기 포기했다고 말한다

9급 공무원만 되도 맞벌이 하면 자식 낳아 키운다

전업 소설가는 그 정도도 안 된다는 거다


장르 소설도 비슷하다

이영도가 소설 접은 이유는 그걸로 못 먹고 살기 때문이다

아버지 과수원 물려받는 게 더 먹고 살기 좋기 때문이지


남성 소설가가 갈수록 줄어들고, 여성 소설가가 많은 이유는

남자를 먹여 살려줄 만한 부인은 적지만

여자를 먹여 살려줄 만한 남편은 많기 때문이다


사실 여자는 얼굴 보통만 되고 감수성 좀 있으면 데려갈 남자는 있는데,

남자가 대책없이 월 30만원씩 벌면서 소설 쓰고 앉아 있으면 

남자가 아무리 잘생겨도 여자 다 도망간다


그나마 장편 소설이 잘 되어서 드라마/영화화 되면 조금 먹고 살 만하다

소설가가 하기 나름인데, 방송도 뛰고 이런저런 잡일 하면서 잡글 쓰고 하면 살 수 있다


그래도 역시 가장 좋은 건 학위+소설 같이 가는 건데

이 경우 갈수록 교수 자리 유지하기 위해 소설 쓰기 힘들어진다 



<평론>


평론 쪽은 그냥 [학위+학벌+등단] 삼위일체라고 보면 된다

학위와 학벌이 되어야 평론가로도 살아남을 수 있는데,

그 점 때문에 이런저런 잡글 쓸 기회가 많아질 수 있다

그러면 평론을 비롯해 온갖 잡글/잡강연 하면서 살만할 가능성이 오히려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대체로 비평가로서의 성공은 그냥 박사/강사/교수랑 같다고 보면 된다 

제도 바깥의 비평가는 우리 나라에는 전무하다

그래서 오히려 교수되기 위해 등단을 해야하는 그런 필요성이 생겼다 

문학 관련 과에서 등단하면 교수 되기 좋고, 등단 안 하면 교수가 되기 어려운 역설?


어쨌든 몇몇 문예지 및 이런저런 외부 잡지들/기자들 등과 좋은 관계 잘 유지하면 먹고 살 만하다






- 한국처럼 책 안 읽는 나라에서, 더군다나 문학 비중이 갈수록 줄고 있는 상황에서

문학으로 먹고 살기란 매우 어렵고

문학으로 먹고 살려면 문학 바깥의 일을 더 많이 해야한다


당장 일본만 해도 사람들이 지하철 타고 가면서 소설 한권씩 들고 있지만

우리 나라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무라카미 하루키도 나오기 어렵다


요즘 뭐 레이먼드 카버 그런 얘기도 많은데

그런 소설이 좋은 소설인 줄 알고 느끼려면 어느 정도 고급 독자가 필요한데

우리 나라에는 그런 독자도 없고 작가도 없다


너네들 뭐 '대만 문학' '인도네시아 문학' 이런 거 모를 거다

왜냐하면 걔들은 문학 후진국이기 때문인데

우리 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더 나아질 가망도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너무 큰 기대하지 말고 그냥

한국의 작은 업계에 들어가서 부대끼며 산다고 생각하면 살 만하다


만약 세상과 소통하고 싶고 대중에 영향력을 주고 싶고 

뭐 유명세를 얻고 싶고 돈과 명예를 얻고 싶고

등등이면 문학을 하는 건 거의 ㅄ of ㅄ 짓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