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렐리우스와 못된 늙은이를 잡아 열리지 않는 눈이라는 이름을 가진 호시케츠의 오른쪽 눈에 가둬놓고 그녀는 집으로
운전해 가고 있었다. 문득 궁금한 그녀는, 깨어난 아우렐리우스 등이 호시케츠의 눈 안에서 뭘 할 수 있을지 잠시 떠올려본
다. 아마도 그들은 힘을 기르기 위해 기를 쓸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아무리 발버둥 쳐 봐야 먹을 것도 없고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녀는 생각했다. '뭘 하든 절대의 눈 안에서 벗어날 수는 없어.'
어머니와 이야기를 하고 내려와 식사준비를 해 놓고 딸을 앉혔다. 문득 어머니를 찾으니 어머니가 보이지 않는다. 불현듯
불길한 기운이 온몸을 스친다. 소름이 돋는다. 그녀는 온 힘을 다해 어머니를 찾는다. 괴기에 가득 찬 다락방과 2층의 창고
방과 점점 내려와 1층 딸이 밥을 먹고 있는 부엌의 바로 맞은편에 있는 방 문을 열었을 때!
그녀는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 언젠가 한 번 본 적이 있던 광경. 그 끔찍한 광경이 눈 앞에 그것도 어머니 스스로에 의해 펼
쳐지고 있었다. "아악 안되!" 소리를 지르며 고개를 쉼 없이 저어가며 부인하고 부인하려 하지만 눈 앞에 어머니는 끔찍한
그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 "어머니 어머니 그만 하세요 그만 하세요" 그녀는 울부짖었다.
갑자기 그녀의 머리가 복잡하다. 이 방에 눕혀 놓았던 호시케츠가 보이지 않는다. 갑자기 차에서 떠올렸던 불길한 상상이
다시 떠오른다. 그의 눈 속에서 정신을 잃고 굶어 죽고 있어야 했던 아우렐리우스와 못된 늙은이가 분면 무슨 일인가 벌인
것이다. 그들의 힘을 얕잡아 본 것이 문제였다. 그들은 그렇게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녀는 눈물을 훔친다.
딸은 전혀 다른 세계에 있는 양 싱글벙글 밥을 먹고 있다. 딸은 아직 이 사실을 모른다. 어머니를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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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그녀의 세상이 호시케츠의 눈 안에 들어가 있었다. 그녀는 좌절한다. 호시케츠는 아우렐리우스와 한 패였던 것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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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었다 상황은 보다 더 심각하다. 그녀가 호시케츠의 눈 속에 악마들을 넣은것이 아니라, 호시케츠의 눈 속에서 악마들
을 밖의 저편 세상으로 탈출시켜 준 것이었다. 이 일을 어쩐다. 그들은 밖에서 호시케츠를 조종하기 시작할 것이다. 무섭다
너무도 무섭다. 눈 안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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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그녀는 한 가지 유일한 방책을 떠올려 냈다. 어서 호시케츠를 찾아야 한다. 호시케츠가 숨겨진 곳에 모든 열쇠가 있
다. 그 곳으로 가 호시케츠를 깨워야 한다. 호시케츠의 눈을 뜨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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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서가 점점 들어나고 있다. 호시케츠가 눈을 감은 이유는 밖의 세상과 안의 세상이 서로 간섭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였
다. 그렇다면 이제 두 악마들과 이 세상은 아무 관련이 없는 것일까? 하지만 그녀는 확인하고 싶다. 두 악마들의 모습도,
밖의 세상 역시도. 그녀는 이제 밖의 세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열망으로 가득 차 있다. 다른 것은 아무래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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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밖의 세상으로 가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호시케츠를 찾았으나 그의 눈을 열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그녀는
어찌하여 두 악마들을 밖으로 내보낼 수 있었던 것일까? 어떻게 그의 눈을 열고 그 속으로 두 악마를 집어넣을 수 있었던
것일까? 그녀도 알 수가 없다. 그 때에 그녀는 경황중이라 다급하게 그의 눈 속에 두 악마를 쳐박았을 뿐이었다. 두 악마는
마치 저절로 발이 달려 들어간 것만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들이 스스로 들어갔다면 스스로 나올 수도 있는 것이 아
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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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들은 아직까지 아무런 낌새가 없다. 물론 호시케츠는 그녀의 눈 앞에 있다. 그녀는 이렇게 매일 같이 호시케츠의
이모저모를 살피다간 호시케츠와 사랑에 빠질지도 모르겠다는 엉뚱한 상상을 해 본다.
그녀의 딸이 옆에 와서 앉는다. 호시케츠는 역시나 말이 없다. 그녀 또한 말이 없다. 그녀의 딸만이 신이 나서 가만히 누워
있는 호시케츠의 배를 두드려 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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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이제 호시케츠에 대한 모든 관심을 끊기로 한다. 하지만 불현듯 잊고 있던 끔찍한 광경이 그녀의 단잠 속에 파고든
다. 바로 그녀의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어머니를 그렇게 만든 것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그러한 강력한 저주의 힘을 지닌
존재는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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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이제 깨달았다. 그녀 본인이다. 호시케츠가 사라져 간다. 그녀의 딸도 사라져 간다. 본체로서의 그녀만이 남겨지고
모든 세상이 붕괴되어 간다. 그러한 힘을 가진 자는 그녀 단 한명 뿐이었다. 다른 존재는 이 세계에 없었다. 문득 그녀의 한
손에 호시케츠가 들려져 있다. 언제 그렇게 거대해진 것일까? 다른 존재가 다 사라지니 그녀가 거대해졌다는 사실 조차
몰랐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시선으로 당연하다는 듯 호시케츠를 왼 편 하늘에 꽂는다. 마치 다른 세계의 문을 여는 열쇠인양
그를 좌우로 꽂고 돌려 보더니 이내 알았다는 듯 아래로 그어 내린다. 그 순간 그녀는 볼 수 없었지만 호시케츠의 눈이 불
쑥 뜨여진다. 열리지 않는 눈의 호시케츠는 열리지 않았어야 하는 문과 함께 그 눈이 열린다.
그녀는 문을 좌우로 잡아 찢듯 열어제쳤다. 그녀는 나아간다. 두려움은 더이상 없다. 모든 것이 그녀의 손에 달려 있는 것
이기에.
영화 같네. 어머니의 끔찍한 광경을 궁금해해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