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ㅡ 돌아오는 길

 

 

 

 

당신은 

그 한적한 공원 나무 의자에 앉아

흰 이마 서늘한 밤공기에 기댄다

내 갈비뼈 아래에서 조용히 숨을 쉬는 당신과

이 하룻밤, 내 머리 위로 넓게 펼쳐진 활엽수 속으로

문득 바람 한 점 불어오면

잎사귀마다 집필실이 들어선 듯 글 쓰는 소리가 들린다

입을 통한 대화는 눈에 보이고

몸을 비벼 말하는 대화는 먼 세상의 것

그것들은 오늘도 밤새 글쓰기로 잠을 못 이룰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나는 의자에서 일어난다

헤어짐은 침묵 속으로 기운다 

가로등 불빛은 내 시선 끝에 먼저 나아가 서 있고

귀가 경로는 날벌레의 흔들림보다 단조롭다

나는 흔들리지 않기 위해

허리를 꼿꼿히 펴고 걷는다

발 밑에 깔린 잡초의 끝자락마다 절벽이 융기한다

그곳으로 외줄을 타고 걸어 간다

 

 

 

 

 

 

 

2.

 

 

과장법으로 쓰여진 시. A대학교 화학과 3학년에 재학중이던 그 아이는 오후 5, 6시면 거의 매일 나와 만났지. 오래 만나면 좋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그런 감정은 조금도 없었다. 머리도 똑똑하고 성격도 괜찮았는데, 영...... 그때 난 아무런 생각도 없었으니까. 우리가 자주 걸었던 길에는 녹조가 가득 낀 둥근 연못이 있었고, 버드나무처럼 잎이 길게 늘어진 나무가 많았고, 그 키 크던 모습에 혹해서 이름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아직까지도 모르겠는, 그 나무에 푹푹 쌓인 거리에는 녹슨 자전거 수십대가 침묵수림을 형성하고, 아주아주 영원할 것만 같던 그때 그 모습. 

 

 

캠퍼스 북문으로 나가면 강 하나 흐르고, 거기서 비 오던 날 어깨를 부딪히며 걸었지. 우산은 좁아 터져 가지고, 팝콘처럼 툭툭 발 아래 물이 튀어오르면서, 물고기도 아닌 발은 흐느적흐느적. 실은 난 무지 귀찮았던 거.

 

 

심한 허당끼가 있는 그 아이. 1학년 때 유난히 강의가 많았는데, 어느날 강의실에 있던 친구들이 자기를 보고 깔깔 웃더래, 그 아이는 게의치 않고 공부를 했더랬지. 수업을 마치고는 뜬금없이 친구들 여럿이 몰려왔더래, 시내에 나가서 같이 밥 먹자, 알았어. 그리고 밥을 먹고 벌써 집에 도착했을 때, 거울을 보니까 입고 있던 캐릭터가 그려진 잠옷 바지. 그 아이 별명은 天然呆티엔란따이, 천연스러운 바보.

 

 

그 학교는 중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학교였는데, 실은 공부만 잘했지 죄다 착하고 가난하고 순진해 빠졌던 것. 화장도 안하고 술도 안하고. 그리고 그 바보 같은 이야기를 듣고는 나 킥킥 웃으면서 몇 개 더 말해주라고 했지. 그러면 정말 반할 거 같다고. 그러니까 식겁을 하면서 아무 말도 안하고

 

 

언제까지나 그냥 그저 그랬던, 그 아이에게는 도저히 연애감정이 안 생겼는데, 그중 어느 하루(2013.12.11) 집에 돌아와서 일필휘지로 글 한 편을 썼지. 과장된 글, 이제는 정이 안 가는 글. 그냥 외로워서 쓴 글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