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이 인생에서 가장 큰 좌절을 느끼는 순간 중 하나는, 자신보다 부족하다고 여겼던 친구가 ‘의사’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을 때라는 말이 있다. 겉으로는 “정말 잘 됐다”, “축하해” 같은 말을 건네지만, 속으로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 감정이 남는다. ‘쟤가 나보다 나은 게 뭐지?’라는 질문과 함께 무력감, 질투, 열등감이 뒤섞여 자신을 갉아먹는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성격이나 도덕성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회가 여성에게 결혼을 일종의 신분 상승 수단으로 내면화시킨 결과다. 학교, 학원, 인스타그램 속 친한 ‘베프’들이 평생을 함께하며 끈끈한 우정을 나눈다고 하더라도, 이 구조 앞에서는 미묘한 균열이 생긴다. 특히 결혼 상대의 직업, 수입, 집의 위치와 형태(빌라인지, 아파트인지, 자가인지)에 따라 서열이 나뉘고, 이 서열은 곧 ‘내 인생의 가치’와 직결된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한 명이 의사와 결혼하면, 남은 친구들의 마음속에는 그 순간부터 자신이 밀렸다는 생각이 싹튼다. 축하의 말보다 먼저 드는 생각은 비교이고, 비교가 깊어지면 관계는 오히려 멀어진다. 이런 식으로 인간관계마저 서열화되는 사회에서, 우정조차 시장논리로 재단되고 만다.
이것은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성들 또한 ‘신랑 스펙’이라는 이름으로 철저히 평가당하며, 여성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불안정한 경제구조 속에서도 끝없이 경쟁하고 증명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남성과 여성 모두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조건으로만 판단하며,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에 회의를 느낀다.
그 결과는 명확하다. 한국의 혼인율과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이며, 그 이면에는 물질화된 인간관계, 신뢰의 해체, 비교와 질투에 지친 청년 세대의 체념이 존재한다.
이 모든 문제의 핵심은 사회가 ‘개인’을 존중하지 않는 데에 있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보다는, 성별, 직업, 재산, 결혼 상대의 스펙 등 외부 요소로 평가하고 서열화한다. 이 문화를 바꾸지 않는 한, 아무리 경제적 지원 정책을 늘려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여성 전체, 남성 전체가 아니라, 사람을 끊임없이 비교하게 만드는 구조와 그에 내면화된 시선이다. 그리고 그것을 인식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비교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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