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문장


당신의 삶은 수많은 단문으로 시작한다 팔뚝보다 작은 당신의 쭈글 거리는 주름은 문장의 조합이다 이야기이다 작은 페이지에 빽빽이 적힌 비밀스런 예언을 찾아내려는 듯 당신을 매만지는 손길이 섬세하다 그러나 미처 예언이 해독되기도 전 당신의 문장은 사라진다 살이 오르고 활기를 얻은 젊음 속에서 백지가 된다 그 때부터 당신은 스스로 문장을 새긴다 때로는 붓으로 때로는 칼로 한 때는 꽃으로 한 때는 인두로 당신의 문장을 한 줄 한 줄 써내려간다 언젠가 몸의 주름이 당신의 탄생을 기억하게 할 만큼 빼곡히 자리 했을 때 당신은 깨닫는다 먼 과거 당신의 손으로 쓰여 지지 않았던 문장들은 당신의 문장과 다르다는 것을 보다 길고 깊은 문장이 찾아왔다는 것을 주름 속으로 쏟아지는 그림자가 그 깊이를 짐작케 한다 당신은 당신의 페이지를 마무리 한다 최후의 문장이 당신에게 다가오고 당신은 주름 진 손을 가슴 위에 올린다 심장의 점멸을 느낀다 그렇게 당신의 문장은 완성된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의 문장이 된다……


이 시를 끝으로 난 시에 재능이 없다는 걸 알고 시를 접었다.

난 소설적 이미지를 억지로 묘사하고 있었을 뿐이라는 걸 알고.

애초에 읽는 걸 좋아하지도 않는 데 쓴다는 게 어불성설이었지만.

(그때껏 읽은 시가 손에 꼽을 정도니ㅋ)


궁금해.

시를 쓰는 사람들은 어떤 모양으로 이미지를 떠올릴까.

나에게 이미지란 사유와 시간, 그리고 공간일 뿐인데.


시적 이미지.

특별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다를 거라곤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