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게모니는 권력에 의해 대중에게 보여지도록 설계된 외부적 내러티브이다.

그 예로 히틀러의 파시즘이나 소련의 사회주의와의 대결에서 승리한 미국의 자유주의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들 수 있다.

사상, 물질 양쪽 모두의 측면에서 자신의 우월성을 입증했고 승리한 제국적 사상.

이러한 일련의 내러티브가 바로 외부적 내러티브인 것이다.


반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부적 내러티브도 존재한다.

권력층이 서로 어떤 관계나 맥락으로 의사결정을 만들어가는지 그 디테일은 알기 힘듦에도 불구하고,

이따금씩 노출되기 때문에 그 네트워크의 존재 자체는 대중이 인식하게 된다.

즉, 기존에 대중이 인식하는 헤게모니 내러티브와 권력 내부의 은밀한 실제 내러티브 사이에 큰 간극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대중이 느끼는 권력으로부터의 소외감, 배제됨, 그로 인한 실제 내러티브에 대한

신비감, 공포감 등이 부분적으로 돌출된 내부 내러티브의 행간을 채우는 정념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실제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대중들 사이에서 먹히는 그럴듯한 개연성을 지닌 제3의 내러티브가 탄생하고, 우린 그걸 음모론이라고 한다.

즉, 음모론이란 권력의 보여지는 이면에 대중들이 알기 힘든 내부적 내러티브의 존재 때문에 생기는 파생물이란 이야기인 셈이다. 


헤게모니건 음모론이건 그 자체로 일장일단이 있을 것이다.


헤게모니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지탱하는 본질을 담고 있는 실질적 힘이 있지만,

사상이 포괄하지 못하는 범위의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변증당해야 할 운명이기에 이를 거부하는 이분법적 맹신주의에 빠진 대중들을 낳게 되고,

음모론은 국가, 자본, 언론이 설계해놓은 프레임 너머의 진실을 포착하려는 의지이지만,

논리적 비약과 편집증적 망상이라는 덫에 자신도 모르게 빠진 괴물들을 낳게 되기도 한다.